지난해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05년 1월 1일부터 본격시행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4년여에 걸친 격론 끝에 마련된 국내 최초의 생명윤리 관련 법안이다. 처음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천명하고 생명과학의 발달에 따라 야기되고 있는 생명윤리 문제 전반을 다루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이 법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중대하다.
하지만 정작 법안은 「생명윤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오히려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들을 정당화시켜주는 독소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시민단체들과 종교계의 지적이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생명윤리법이 애당초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입법됐으며, 따라서 추후 그 원래 목적을 충실하게 따를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서 법 개정과 구체적인 시행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연 이 법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률의 목적은 말 그대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생명과학의 발달에 따라 빚어지는 무분별한 연구와 실험들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법 조항을 살펴보면 이 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생명윤리법의 목적 자체가 잘못 설정돼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법은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에서 법의 목적을 『생명과학기술에 있어서의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서 『생명과학기술이 인간의 질병 예방 및 치료 등을 위하여 개발?이용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서 생명과학기술의 진흥을 생명윤리 및 안전의 확보와 동등한 자리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생명윤리법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이며, 잘못된 생명과학 연구와 실험을 철저하게 규제하고 감시 감독함으로써 과학적 성과가 국가와 사회, 국민들의 삶과 복지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의 진흥을 목적에 포함시킴으로써 법의 원래 취지를 퇴색시키고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면에서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목적이 불분명하고 원칙에 어긋남에 따라 결국 이 법은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서조차 생명윤리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오히려 일부 생명과학자들이 꾸준하고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는 생명과학의 연구와 실험들을 허용하고 있다.
인간 배아에 대한 문제는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인간 배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인격을 지닌 인간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배아의 실험과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법의 목적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 수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린다면 배아에 대한 어떠한 실험과 연구도 완전하게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라는 미명 아래 인간 배아를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생명윤리의 수호라는 본래 법 취지보다는 생명과학의 발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법의 원래 목적 자체에 생명과학의 진흥이라는 것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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