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헬스를 한 후 전례예절에 참례한다. 오후엔 아이들과 함께 농구, 스쿼시, 수영 등을 즐기고 카페에서 간단한 다과시간을 갖는다. 주일이면 시청각실에서 온가족이 영화를 감상하고 아이들은 도서관과 컴퓨터실에서 학교 과제물과 관련된 자료를 찾는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교회 안에서 이뤄진다면? 최근 종단별로 종교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적극 개방, 대중문화를 활용한 「문화선교」로 다양한 효과를 누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문화관광부와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간한 「종교문화공간의 사회적 활용방안에 대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종교시설을 신자들은 물론 지역민들에게도 널리 개방해 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간접선교는 물론 지역사회문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부분 지역민들의 생활권에 위치한 각 종교시설들은 부족한 공공문화공간을 채우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각 종교마다 독특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대중문화를 종교적 심성과 접목함으로써 대중문화의 여과 및 정화의 역할도 한다는 평이다. 또 일반 사회교육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는 대안교육과 사회복지 분야도 종교 시설 안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곧 「시장」이 되고 문화계의 거장이 곧 「권력」이라 할 정도로 「문화」는 현대인 생활의 중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정보화, 디지털화 안에서 사회문화 현상은 가시적 변화를 크게 나타내고 동시에 현대인들은 정신적 빈곤 문제를 깊이 의식해 관심을 높이는 추세다.
이러한 사회흐름에 발맞춰 각 종단들의 「열린 공간,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문화선교사목」의 형태는 종교가 현대인들에게 직접 다가가고 새로운 사회봉사 역할을 찾아간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고 또한 필수적인 예다.
가톨릭 안에서도 90년대 후반부터 「문화」를 이용한 간접 선교, 교회 이미지 쇄신, 지역사회 봉사 등의 활동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톨릭의 공간은 과거 민주화.인권 운동 등 사회운동의 장(場)으로 큰 역할을 해왔지만 90년대 들어서는 지역민의 쉼터, 음악.미술 등 각종 문화공연장, 교육관 등 지역문화.교육의 터전으로 활발히 활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 명동과 일산성당을 비롯해 수원교구 분당요한, 대전 전민동 등 10개 본당 시설 및 프로그램들이 모범사례로 선정돼 문예공연과 교육강좌, 생태 및 환경 관련 시설들로 활용하는 부분이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많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특히 가톨릭에서는 주임신부의 임기제로 인해 프로그램 제공과 시설 활용의 연속성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문화선교」를 표명하며 연구, 실천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민수 신부(서울 신수동본당 주임)는 『사제들이 급변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민감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사제들의 의식전환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신부는 『현대는 종교공간이 평생교육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가는 추세』라며 『재교육과 평생교육 등을 문화사목으로 적극 승화시키려는 노력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러한 것들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를 제시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앞으로 사회문화 활성화를 위해 종교시설과 프로그램 기획에 관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과 신갈성당이 자체 부담과 정부지원으로 성당 내에 공연장을 확충하고 문예단체와 공동으로 연극공연 등을 펼쳐 신자와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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