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병이라도 낫게 해주면 내가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어요』
칠순 노모는 다시 눈물을 흘린다. 마흔 살을 훌쩍 넘긴 막내아들, 몹쓸 병으로 장가도 못간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다. 아들 앞에서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는 어머니 송영례(안나.74.서울 월곡동본당)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효성(41.예비신자)씨도 눈물을 훔친다.
시청 9급 공무원으로 어렵지만 성실하게 살았던 서씨가 결핵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92년. 발병 초기에는 간단한 약물치료로 완쾌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되면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게 됐다. 수술 후 다시 결핵균이 되살아나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입.퇴원을 반복하며 99년까지 수술만 20여 회를 받았다. 지난 해 8월에는 결국 오른쪽 폐 전체를 잘라내야 했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10여 년이 넘게 병원신세를 지면서 경제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현재 서씨의 생활비와 치료비는 어머니 송영례씨가 한 달에 10일 정도 공공근로를 하며 버는 23만원과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지급 받는 30만원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한번에 5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내기에는 턱없이 벅차다. 10여 년의 병원생활로 현재까지 진 빚만 1500여 만원에 달한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하월곡동에 있는 서씨의 집도 올 5월 철거될 예정이라 당장 집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치료비 내기도 벅찬 형편에 집 걱정을 할 여력이 없다. 2남 3녀 중 막내인 서씨를 위해 형제들이 치료비를 보태주기도 했지만, 치료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지난 해 10월 이후에는 형제들과의 연락도 끊어졌다.
서씨는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데다 만성고혈압, 심장병으로 약까지 먹고 있는 어머니가 자신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하러 나간다는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서씨는 투병생활 초기부터 병원 원목실에서 교리공부를 하며 영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세례를 받을 만 하면 병원을 옮겨 아직까지도 예비신자다. 통신교리 공부를 하는 서씨는 올해 4월에 영세를 받을 예정이다.
『병만 나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할 텐 데요』
올 4월에는 서씨가 더 이상 가파른 산동네를 오르며 숨이 가쁘지 않기를,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 칠순노모를 봉양하며 성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도움 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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