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우리가 아팠어도 아버지는 그렇게 하셨을 거에요』
서울 아산병원 102병동 3호실에 김희옥(엘리사벳.27.서울대교구 상리본당).희정(24)씨 자매가 나란히 누워있었다. 수술 부위의 통증이 심해 가끔 얼굴을 찌푸렸지만 아버지와 생명을 나눈 두 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자매는 지난 달 27일 간경화로 투병중인 아버지 김광익(46)씨와 함께 「2대 1」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20시간에 걸친 대수술로 두 딸의 간을 이식 받은 아버지 김씨는 자매가 입원한 병실과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병실에서 회복중이다.
경기도 연천군에서 농사를 짓던 아버지 김씨가 간경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해 초. 이식수술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혈액형이 일치하는 혈육은 자매뿐이었다. 하지만 희옥씨는 지방간 증세를, 희정씨는 빈혈로 간을 이식해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자매가 모두 조금씩 간을 이식하기로 하고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두 달간 요양하며 몸을 추스렸다.
「아버지를 위해 저에게 건강을 주세요」
희옥씨의 기도를 하늘도 들었는지 두 딸 모두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부녀(父女)가 함께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평소 무뚝뚝하던 아버지는 수술이 끝나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얘들아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가족 중 유일한 신자인데다 한때 수도자의 길을 걷기도 했던 희옥씨는 병원에 입원한 동안에도 성체조배실과 원목실을 찾아 아버지의 쾌유를 빌며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그분께서 주셨다고 생각해요. 자식이 부모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다들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말씀하셔서 오히려 부담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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