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연고도 없이 이해관계의 폭도 없는 이들에게 선교할 수 있는 단 30분의 기회를 준다면 무엇을 말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 대상자들이 온갖 죄를 지은 전과자들이라면 나는 무엇을 전하겠는가? 눈앞이 깜깜해져 그것은 나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외치고 말 것인가?
어쩌면 두렵고 떨려서 쳐다보는 것도 힘들어 숨이 막힐 것 같아 잘못된 만남으로 외면하고도 싶고, 모기 만한 소리로 혼자 독백하듯이 빨리 말하고 떠나가 버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을 것이다.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그냥 측은한 눈빛으로 30분간 바라보다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다 귀찮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요. 함께 걱정하고 기도하고 있을 가족들 기억하시면서 용기와 위로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아무튼 건강하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긴 숨을 들이마시며 고른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용기를 내어 무엇인가 의미를 살려 이야기하려 한다면 먼저 내 삶의 진솔하고 믿음직하며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겠다. 삶이 답답하고 막막할 때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지는 것도 남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 본연의 갈망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김광석의 음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서른 즈음에」, 「내 사람이여」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유치장에 울려 퍼지는 서른 즈음에를 떠올려보면 사람이 그렇게 처량하고 안쓰러울 수 없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자신의 삶의 그늘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을 때 초연해질 수 있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릴 줄 알며 힘들 때 힘들다고 솔직히 고백할 수 있도록 자신을 겸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정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의 길이 멀게 느껴질 때, 내 삶이 점점 잊혀지고 멀어져 가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숨막히듯 젖어드는 젊은 날의 초상들…. 하지만 그 길을 그윽한 눈길로 위로하고 바라봐 주는 또 다른 노래의 가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 가난한 삶과 영혼을 모두 주고 싶네」
짧은 노래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온 동료처럼 어느새 마음은 서로를 알고 있는 듯 편안해진다. 각자의 세월은 흘렀지만 한배를 탄 동지처럼 진한 그리움이 쌓인다.
유치장에 들어올 때 낯설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할 나그네처럼 서로를 축복해주는 아름다운 관계로 자리하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은혜롭다. 오늘도 한 영혼의 가슴아픈 눈물이 하늘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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