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말하거니와 「가톨릭」은 모든 사람, 모든 시대, 모든 장소에 유효한 그 무엇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물론 여기서 「그 무엇」은 일차적으로 교회, 신앙, 진리 등을 일컫는다.
교회가 초기시대부터 스스로를 「가톨릭」적(보편적)이라고 이해해 왔다는 사실이 교부들의 글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이해는 주님(예수님)께서 베드로로 대표되는 교회에게 천국의 열쇠, 즉 맺고 푸는 권한을 위임하셨다는 역사적 사실(마태 16, 13~19)에 근거하고 있다. 요컨대, 교회는 온 인류에 대한 구원전권이 자신에게 맡겨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 「가톨릭」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가톨릭」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엄청난 주장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가톨릭」이라는 단어에는 최고(最高), 원조(元祖), 절대(絶對), 완전(完全)이라는 내용이 함의되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보편(普遍)됨을 충족시키는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톨릭 교회(ecclesia catholica)라는 표현이 타종교(他宗敎)와 관련하여 선언될 때에는 사실 구원전권이 우리 교회에 있다는 독선적이며 독점적인 주장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이라는 말은 내용적으로 사도행전의 다음과 같은 선언과 잇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분을 힘입지 않고는 아무도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이 이름밖에는 없습니다』(사도 4, 12).
▲ 「가톨릭」이 되려면 교회는 「하나」일 수 밖에 없고, 「거룩」할 수 밖에 없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온」교회일 수 밖에 없다.
‘가톨릭’의 소유권 다툼
재미있는 것은 오늘날의 「로마-가톨릭 교회」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수용되기까지 여러 교파들이 「가톨릭」이라는 표현의 소유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여왔다는 사실이다. 잠깐 그 경위에 관심을 돌려보기로 한다.
(1) 동방 정교회의 반발: 줄곧 「하나」로 유지되어 오던 교회가 1054년에 와서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로 분열되자, 동방 교회는 자신을 「거룩한 정교회」(Holy Orthodox Church)라고 이름 붙였다. 이에 서방 교회는 자신을 「로마-가톨릭」(Roman-Catholic Church)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동방교회는 서방교회가 「가톨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 반발하고 동의하지 않았다. 「가톨릭」이라는 용어가 그냥 양보하기에는 너무도 값지고 중요한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동방교회는 그 이후로도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톨릭」적 성격을 계속 주장해 왔다. 오늘날도 동방교회는 예수님의 구원전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가톨릭」적 권위와 사명이 자신들의 전통 속에 유지되어 오고 있다고 믿는다.
(2) 자신들이 진짜 「가톨릭」이라는 루터의 주장: 「가톨릭」의 소유권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16세기 종교개혁에서도 똑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로마-가톨릭 교회를 박차고 나가 새살림을 차린 루터는 자신이 세운 교회가 더 이상 「가톨릭 교회」가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자신의 종교개혁이야 말로 교회의 「가톨릭적」 성격을 더욱 새롭게 되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루터는 개혁(改革)을 통하여 중세 교회에 섞여 있는 불순한 요소들의 「첨가」나 「왜곡」을 제거하여 「가톨릭」 본연의 의미를 회복하려 하노라고 선언하였다.
루터는 주장하기를 만일 교황과 로마 교회가 복음의 참 가르침이 명령하는 교회 쇄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가톨릭」적 유효성을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당시 종교 개혁자들은 로마 교회를 「로마-가톨릭 교회」라고 부르는 대신에 로마주의자(Romanists) 또는 교황파(Papists)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들은 「가톨릭」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성서와 초기 교회의 주요 공의회 신앙고백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루터는 「가톨릭」의 정통성은 다름 아닌 「순수한 복음의 가르침」과 그에 대한 신앙고백에 있기에 자신들이 그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이유로 루터는 그의 추종자들이 자신들을 「루터 교회」라 칭하지 못하도록 금하였다.
그러나 이들 개혁교회 내에서 계속 분열이 일어나고 새로운 교파가 생겨나면서 「가톨릭」의 정통성에 대한 주장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실제적으로 「보편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수적이며 폐쇄적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체 안에 모순을 갖고 있었다. 각 교파들은 전체교회의 시각을 이미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들은 전체 교회의 한 지체로서 자신들의 「가톨릭성」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작은 지체에 불과한 자신들이 「전체교회」 행세를 하려 했던 것이다.
이후 각 교파들의 「가톨릭」 호칭에 대한 소유권 논쟁은 참 가톨릭의 요건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한다.
(3) 트리엔트 공의회의 방어: 한편, 이 당시 로마-가톨릭 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를 통하여 니체아-콘스탄틴노플 공의회(381)가 명시했던 교회의 4대 특징을 참 교회의 요건으로 재천명하였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로부터 이어온」 교회조직 곧 제도(institutio)만이 진정한 교회(ecclesia vera)라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는 결국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 관통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 하나만 결핍되어도 다른 세 가지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곧 「가톨릭」이 되려면 교회는 「하나」일 수 밖에 없고, 「거룩」할 수 밖에 없고, 「사도로부터 이어온」 교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온전한 의미에서 「가톨릭」이 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처럼 팽팽했던 『가톨릭은 우리 것』이라는 소유권 줄다리기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