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을 앞둔 60대 초등학교 교장 부부가 본격적인 문학공부를 위해 대학에 입학해 화제다.
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며 노후를 편안히 영위할 나이, 새내기 대학생이라는 또 다른 길을 택한 사연의 주인공은 손근호(프란치스코.62.청주 서운동본당.충북 청원 남일초등학교 교장)-손인자(프란체스카.59) 부부.
두 사람은 최근 충북 청원군 주성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원서를 제출해 합격했다.
『글 쓰는 것이 좋아 틈날 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곤 했어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배울 것이 아직도 많겠다는 생각에 원서를 냈죠』
손 교장은 청주사범학교 학생시절부터 글을 써 왔다. 그렇게 써 온 동시가 300여편. 「이렇게 살게 하소서」, 「성체」 등 신앙생활을 하며 느낀 마음가짐을 표현한 시도 10여 편이나 된다.
2월 24일 42년 3개월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정년 퇴임식에서 손 교장은 그간 써 놓은 70여 편의 동시를 모아 펴낸 책 「백묵으로 그린 아이들 마음」의 출판 기념회도 함께 갖는다.
손 교장은 자신의 문학 사랑과 열정에 아내가 동참해 든든하다. 부인 손인자씨는 1990년대 초 인근 대학의 평생교육과정에서 수필을 공부했다. 성당에서 공모한 「소공동체 활동사례 발표」에서 뛰어난 글 솜씨를 인정받을 정도로 남편 못지 않은 재능을 뽐내고 있다.
합격통지를 받은 손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 등록을 망설였지만, 결국 남편과 함께 학교를 다니기로 하고 마감일인 2월 13일에야 신입생 등록을 마쳤다.
부부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신앙생활로 다른 신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본당 평협 부회장에 레지오, ME 활동까지 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단체가 없을 정도다. 지난 해 6월에는 본당 전체에서 묵주기도를 가장 많이 봉헌한 가족으로 뽑혀 「성심상」을 받기도 했다.
『아들과 손녀가 아파 지난 2년간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자식들 건강도 회복되고, 우리에게 새롭게 공부할 기회를 주신 것은 부부가 함께 바친 기도를 들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월 24일 정년퇴임식과 27일 입학식 준비로 분주한 두 부부가 잠시 짬을 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랑의 은총으로/믿음의 말씀 받아/새롭게 태어나는/우리들 가슴마다/아, 깃드는 생명의 숨결이여!(그분의 숨결 中)」
한 자 한 자 정성을 기울여 타자를 치는 소리가 방안 가득하다.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는 손씨도 시를 읽다가 그분의 숨결을 느껴보려는 듯 지긋이 눈을 감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