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에서도 여성의 동등한 발전에 대한 요구가 「시대의 징표」로 떠오르면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공동 복음화의 주체로서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모습이 늘고 있다. 특히 남성과 여성 고유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평등을 지향하는 성(性) 인지적 관점을 전제로 남·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목영역을 밝히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에는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위원장=염수정 주교) 주최로 여성소위 운영위원 및 각 교구 여성사목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 천주교 여성사목방안 정립을 위한 워크숍」을 마련한 바 있다.
이날 워크숍은 그동안 여성사목과 관련된 연구성과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여성사목」 정책수립을 위한 준비의 하나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여성지도자 양성과정을 제도화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의무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됐다.
일반적으로 여성문제란 「여성이 단지 남성과 다른 성(性)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받고 억압받는 것을 말한다. 한국사회는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남녀차별의 뿌리가 깊었고 그 영향은 교회 안에서도 지속돼 왔다. 무엇보다 교회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여성은 거의 참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인천교구 시노드 문헌에 따르면 본당 진단 결과 한국교회 여성신자 비율은 10명당 6.5명, 인천교구의 경우 6.95명(98년 현재)으로 과반수가 넘지만 여성신자의 역할과 지위는 봉사와 자선의 차원에 머물고 있으며, 구역반과 몇몇 신심단체를 제외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정체성 및 존엄성 정립과 참여 증진을 위한 노력으로 최근 눈에 띄는 것은 가톨릭여성연구원과 여성신학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등 자발적으로 생겨난 모임들의 활동이다. 이들 모임은 성서와 교회문헌 등에 드러난 여성 관련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여성지도자 양성, 교회 안팎의 여성문제 해결, 여성들의 참여 증진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힘쓴다. 또 각 교구 여성연합회와 여성위원회들도 「여성리더십」 교육 등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단순한 협조자가 아닌 사목활동의 고문으로서도 적극적인 의사 개진 노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1년 설립된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의 활동은 여성은 물론 사제 등 교회 전 구성원의 의식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소위는 다양한 교회의 가르침을 한데 엮은 「교회와 여성」 책자 발간을 비롯해 여성참여의 근거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료제공에 노력해왔다. 또 교회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여성교육을 뒷받침해왔다.
여성사목은 『여성의 가치와 은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여성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 개발하고 교회와 사회에서 여성 문제를 복음의 정신에서 실천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일』이다.
남·여가 복음화를 위한 공동협력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들의 권익만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고유의 역할을 통해 교회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의 공동협력을 통해 건강한 교회를 가꾸고 복음화를 더욱 활발히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몇년간 열렸던 각 교구별 시노드에서는 양성평등을 전제로 한 사목방향 설정과 실천을 구체적인 사목과제로 제시함으로써 공감대 형성에 힘을 싣고 있다.
▲ 교회에서도 여성의 동등한 발전에 대한 요구가 「시대의 징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한 여성단체에서 여성들의 활동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
한편 여성문제 및 사목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천을 위해 우선 여성사목정책에 대한 더욱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사목방향과 정책을 결정짓는 자리에서부터 여성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 해결은 가장 큰 과제다. 전문가들은 교회활동 부분에서 여성할당제 등의 모범 마련도 제안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상화(테오도라) 교수는 『일반 사회에서도 「양성평등」을 위해 아직까지는 제도 안에서 의무적으로 여성의 자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교회에서도 상징적인 자리에 여성을 배치하는 등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수한 가톨릭여성인력을 교회 안으로 적극 끌어들이는 노력과 젊은 여성의 교육, 교회 내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민간단체활동의 구심점 마련 문제도 산재해있다.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가 신앙생활과 교회발전에 있어 책임의식과 주체성을 가지고 적극 나서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여성들이 거의 모든 생활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성들은 그 본성에 상응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도록 되어야 하겠고 여성 고유의 필요한 문화생활참여를 인정하고 장려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의무다』(제2차바티칸공의회)
『같은 본성과 같은 원천을 가졌고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돼 같은 목적에로 불림을 받은』 남성과 여성은 공동의 협력자로서 동등하게 복음화에 힘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운영위원장 이영자 수녀
"양성평등 의식화 교육, 여성지도자 양성 시급”
▲ 이영자 수녀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소위원회 운영위원장 이영자 수녀(그리스도성혈흠숭수녀회)는 『여성은 약자라는 편견과 다양한 차별의식들은 남성 뿐 아니라 여성 스스로도 바꿔야하는 사고』라며 『남성 위주의 복음해석에서 벗어나 포괄적인 인식을 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의식화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마련과 실천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신자재교육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이수녀는 『구체적인 활동에 나설 수 있는 여성지도자 양성이 시급하다』며 『여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교회에는 여성지도자 교육을 전담할 조직체계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각 교구와 여성연합회 등이 자발적으로 교육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여성소위원회는 여성문제와 여성과 관련한 교회의 시각, 방침 등을 종합하고 연구해온 결과물을 교회 내 각종 기관단체에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수녀는 『여성소위 설립 당시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들은 교회에 대해 「교육기회 제공」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여성 자신이 교회발전을 위해 의식을 개선하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려는 의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미국 여성사목 비전과 정책
성직자-여성 사목팀 구성, 여성문제 대변 기구 설치
세계 여러 교회에서도 여성사목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미국 교회를 비롯해 북남미, 라틴아메리카 교회에서 나온 문헌들을 살펴보면 ▲교회 여성참여와 여성재능의 활용 ▲교회와 사회에서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 ▲교회에서 남성과 여성간의 공동협력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송종례 수녀(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워크숍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94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여성에 대한 사목을 성찰한 「평화의 유대를 강하게 함(Strengthning the Bonds of peace)」을 발표한 바 있으며, 98년에는 「말에서 실행으로(From Words to Deeds)」를 사목정책의 길잡이로 제시했다.
「말에서 실행으로」는 목표에 대한 설명과 사목적 제안, 성찰, 실천을 위한 제안, 교구에서 실제 행하고 있는 예들을 소개한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미국 알바니교구에서는 중요한 교구 리더로서 여성을 임용하기 위해 교육 장려책을 펼치고 있으며, 전국가톨릭여성연합회는 가정, 본당, 사회 여성들을 위한 리더십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후원한다. 또 여성과 남성, 여성과 성직자 사이의 공동협력을 위해서 사목팀을 구성한 교구가 있으며, 고정적인 토의시간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참가시키는 경우도 눈에 띤다. 특히 수스시의교구의 경우 여성문제를 대변하기 위한 기구의 하나로 「스피커국」을 후원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본당에서는 여성들의 참여영역은 제대봉사, 전례봉사, 본당사도직과 관리, 종교교육, 평화와 정의를 위한 활동 등이며 성직자 외의 위치에서는 전체의 85%가 여성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어 이러한 해외사목사례를 우리의 상황에 맞춰 적극 도입해 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