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들은 무엇일까? 유학생활을 하는 동기신부는 보내온 편지에 이렇게 적고 있다.
첫째는 몸이 고통스러운 것이고 둘째는 남에게 무시당하고 비난받는 것이며 셋째는 상대방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이라고….
금방이라도 동기신부의 그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글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아보고 살피는 시간과 정성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보면 세상의 어려운 것에 대한 두려움마저 잊고 사는 듯하다.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아닐까?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까지라고 하지 않는가?
세월이 갈수록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자비와 사랑, 공감과 연민의 은총이 절실해진다.
어쩌면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여겨진다.
유치장에서 만난 이들 가운데에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들만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영혼과 육신이 피폐하여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난하고 불쌍한 그늘이 그들 안에 드리워져 있다.
가끔 그들에게 한국의 한과 정서가 담긴 국악 음악이나 어머니의 향수가 깃 든 아베마리아를 들려줄 때가 있다.
애절하고 구슬픈 가락이 그들의 삶의 굽이굽이를 지나 마음의 고향으로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아베마리아의 선율은 동네 어귀에서 그윽한 눈으로 기다리시는 어머니의 넓고 따뜻한 마음을 찾도록 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그 사랑을 받고 나누었던 추억 속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달래준다.
「주님 내 마음에 오시어 내 영혼을 어루만져 주시고 내 육신의 아픔을 낫게 하여주소서. 아멘」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작은 책갈피 하나를 드린다.
아빌라의 데레사의 책갈피의 글인데 마음 깊이 여운이 남는다. 하느님을 사랑이라고 바꿔 넣으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아무것도 그대 마음을 흔들지 못하게 하라 / 그 어느 것도 그대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라 /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 하느님만은 결코 변하지 않으신다 / 인내는 그 모든 것을 얻게 해준다 / 그대가 하느님을 소유한다면 / 아쉬울 것이 아무 것도 없다 / 하느님 홀로 모든 것을 채워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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