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구 마지막 메리놀외방전교회 선교사제인 정안빈(로벨또) 신부의 은퇴식이 2월 12일 오전 11시 정신부의 첫 본당사목 임지였던 충주 교현동성당에서 열렸다.
감사미사와 환송식, 환송연으로 이어진 이날 은퇴식에는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와 청주교구 사제단, 메리놀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를 비롯한 수도회 관계자, 수도자, 신자 등 700여명이 참석해 44년간 선교사제로서 희생과 봉헌의 삶을 산 벽안(碧眼)의 노(老)사제에게 뜨거운 감사의 정을 전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했다.
이날 은퇴식은 특히 메리놀회가 50여년에 걸친 충북지역에서의 선교활동을 공식 마감하는 자리. 메리놀회와 청주교구의 인연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9월, 서울대목구가 당시 충북감목대리구에 대한 사목을 메리놀회에 위탁하면서 시작됐다. 따라서 정신부의 은퇴로 50년 5개월에 걸친 메리놀회의 선교활동도 공식 막을 내리게 됐다.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이날 감사미사에 이어 열린 환송식에서 『메리놀회의 노고는 청주교구 발전의 밑거름이자 기초가 되었으며, 잊을 수 없는 은인들』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장주교는 또 내년부터 초대 청주교구장인 메리놀회 파야고보 주교 선종일(1월)을 메리놀회 선교사제들을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겠다고 밝히고 『메리놀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북방선교와 아시아 선교에 우리 교구가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산 총대리 신부는 감사미사 강론에서 『한국땅에서, 청주교구에서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느라 고생하신 정신부님은 마치 이방인의 사도인 바오로 사도와 같은 분이시다』면서 『그 정신을 이어 더 가난하고 필요한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정신부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선교생활 마감하는 정안빈 신부
“한국은 제게 고향입니다”
『청주교구와 신자들을 사랑합니다』
44년간 선교사제로서 혼신을 다했던 노사제의 눈가엔 눈물이 비쳤다. 정안빈(미국명 Robert. M Lilly.77)신부.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과 그 속내를 어찌 헤아릴까 마는 문득 문득 먼곳을 바라보는 그 눈길이 대답을 대신해준다.
고(故) 오기선 신부를 「아버지」라 불렀던 정신부. 한국인 못지않게 순교성인들의 신앙에 탄복했던 그다. 물려받은 사재를 털어 연풍성지를 가꾸고 오늘날까지 보살핀 것도 하느님의 인도라고 생각한다.
1954년 미국 메리놀회에 입회, 60년 6월 사제품을 받은 정신부는 그해 8월 29일 한국에 들어왔다. 61년 4월 충주 교현동본당 보좌로 선교활동을 시작해 62년 6월부터 92년까지 30년간 수안보본당 주임으로 있는 동안 2037명에게 세례를 줬다.
『복자수녀회 수녀님들과 수안보 복자진료실을 운영하며 3만여명에게 무료진료를 하던 일과 황석두 루가 성인의 묘를 이장해 연풍성지에 모신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신부는 최근 노틀담수녀회 종신서원식에 초청됐다. 30년전 수안보성당 마당에서 뛰어놀던 꼬마들이 자라서 종신서원을 했던 것.
『한국은 제게 고향입니다. 제가 아는 이들도 한국에 있고 가족들도 한국에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국에서 살다가 이곳에 묻히고 싶습니다』
『청주교구에 파견된 것을 감사하고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정신부는 동료 사제들에게도 마음을 담은 한마디를 남겼다.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겸손한 사제가 되도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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