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말씀과 함께 머리에 재를 얹는 의식으로 맞이하는 사순(四旬)절.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의 시기를 말하는 「40일의 기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또 어떻게 살고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 것일까.
사순시기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정확히 증명된 바는 없으나 부활절을 맞기전에 이를 준비하기 위한 기간을 두고자 하는데서 서서히 생성 발전돼 왔을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실제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만찬 미사 전까지 기간은 44일이고 여기서 주일을 빼면 38일이 된다. 그렇게 볼 때 「40」이라는 숫자는 글자 그대로 부활전 40일을 뜻한다기 보다 영신적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40년 방랑, 모세의 40일 단식, 엘리야의 40일 단식, 예수의 40일 단식 등 하느님을 만나기 전 정화의 기간을 뜻하는 성서의 상징적 숫자로 볼 수 있다.
결국 우리들에게 사순시기는 부활하실 예수님을 준비하는,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 합당한 준비를 갖추는 기간이다. 사목자들은 사순시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례시기가 예수부활 대축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그분과 함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로마 8, 17)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은 사순시기의 뜻을 이해하는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사순시기 준비는 내적인 준비와 외적인 준비로 얘기할 수 있다. 단식과 금육이 외적 준비에 해당되며 내적 준비는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써 하느님을 향하는 마음과 전례 예절을 통한 준비이다. 즉 회개와 속죄로 우리의 신앙생활을 쇄신하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뜻한다.
이같은 준비들을 일컬어 넓은 의미로 「사순 시기에 재를 지킨다」고 하는데 좁은 의미로는 대재인 단식과 소재인 금육을 말한다. 단식의 경우 교부들은 「자선과 연계되지 않으면 사실상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난한 이를 돕는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그리스도가 성부 뜻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셨듯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하느님께 돌리는 노력이 요청된다. 세속의 것을 끊고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것이 곧 세례의 정신이라고 할 때 사순절은 세례를 준비하는 가장 적당한 시간이기도 하며 신자들은 자신들이 받은 세례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때라고 할 것이다.
사순절 전례는 신자들이 이러한 내적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미사 때나 말씀의 전례에서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을 하지 않으며 사제가 입는 제의 색깔도 회개와 보속을 상징하는 자색(보라색)이다. 그리고 전례의 말씀들은 거의 같은 맥락으로 「준비를 계속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사순시기 동안 평일 미사 등 전례에 자주 참례하며 하느님을 향한 회개의 삶을 다짐하고 사순절 특별 강론 등에 참가하거나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를 하는 것 모두 부활하시는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한 소중한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