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오랜 세월 마음 고생, 몸 고생한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주빈(프란치스코.4)이를 위해서도 그냥 주저앉을 수 없습니다. 치료만 받을 수만 있다면 이젠 정말 열심히 살 거예요』
정원진(요셉.35.제주교구 서문본당)씨.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열심히 살아왔다. 일용직 목수 일을 하면서 2000년에는 언어 및 청각장애(3급)를 가진 지금의 아내 송혜연(글라라·33)씨를 만나 가정도 꾸렸다. 이듬해 사랑의 결실인 주빈이가 태어나면서, 정말 보란 듯이 잘 살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해 가을부터 전신무력감이 몰려오고, 감기증세, 잇몸 출혈로 인해 제주한라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당장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한 그는 항암 치료와 동종골수이식을 위해 지금까지 입.퇴원을 반복하며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간 병원비만 해도 1500여만원. 그 동안 정씨의 가족들이 병원비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더 이상 버거운 형편이다. 사글세방에 살며 근근히 생계를 꾸려나가던 형편으로는 3천여 만원이 훌쩍 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수술을 받은 후에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길고 긴 암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할 처지. 설상가상으로 정씨의 부친은 지난해 겨울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러나 정씨에게도 희망은 있다. 최근 정씨의 남동생이 동종골수이식 대상자로 판명됐기 때문. 다행히 곧바로 시작된 항암 치료 덕분에 정씨의 상태는 많이 호전됐고, 의료진도 치료만 꾸준히 받으면 완치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태다.
매일 밤낮으로 아내의 두 손을 꼭 잡고 묵주기도를 바친다는 정씨. 그는 지금의 고통을 하느님이 주신 또 다른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아내와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가끔씩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완쾌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고도 경제적 사정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시련을 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어느새 다가와 방사선 치료로 빡빡머리가 된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는 혜연씨. 어눌한 말투지만 『사랑해 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였다.
※도움 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74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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