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헌장 47항은 『우리 구세주께서는 팔리시던 그 밤에 최후만찬에서 당신 몸과 피의 성찬의 희생 제사를 제정하셨다. 이는 다시 오실 때까지 십자가의 희생제사를 세세에 영속화하고, 또한 그 때까지 사랑하는 신부인 교회에 당신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를 맡기시려는 것이었다. 이 제사는 자비의 성사이고 일치의 표징이고 사랑의 끈이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마음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고 우리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이다』라고 미사의 의미를 언급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성찬제정 후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 예를 행하라』고 하셨는데 이 말은 미사가 주님의 기념제임을 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님은 무엇을 기념해야 되는가를 밝혀 주셨다.
1.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기념제
먼저 빵을 주시면서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라고 하셨는데 이 말은 인간을 위해서, 인간을 대신해서 생명을 바친다는 뜻이다. 즉 이 빵에 대한 말은 구약, 신약을 통해 인류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주님을 음식을 통해 먹으며 기념하라는 것이다.
다음에 잔에 대한 말씀으로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이다』라고 하셨는데 이 말은 인류 전체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피, 그 분 자체를 마시며 기념하라는 것이다. 결국 빵과 잔에 대한 말씀의 의미는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고 구원하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인류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사는 주님의 죽음의 기념제일 뿐 아니라 또한 부활의 기념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과 부활은 동일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 동일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활을 생략하고 죽음만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기념제를 교회에서는 「제사」(Sacrificium)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봉헌 방법이 다르지만 십자가의 제사와 동일한 것이다.
미사가 제사라는 것은 신약, 교부시대, 트리엔트 공의회까지 내려오고 오늘날까지 기본 교의가 되고 있지만 오해의 여지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중세기에 들어오면서 극히 좁은 의미의 제사로 이해되어, 미사를 동물이나 곡식을 바치고 그 대신 하느님으로부터 죄의 용서를 받는 구약제사와 같은 관점에서 보았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바치신 제사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고 그분의 뜻을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그분의 제사는 단순히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만이 아니고 출생, 공생활, 수난, 죽음, 부활을 포함하는 전 생애를 하느님께 바친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뜻에서 미사는 제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제사를 바친다고 하는 의미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의 전 생활을 하느님께 바치고 그분을 위해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