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누구든 나를 받아들이듯이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곧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마태 18, 5)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날 전세계에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약하고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아무런 물리적인 힘도 갖추고 있지 못한 어린이들은 무력하게 고통을 받아들이고 있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 때문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과학 문명이 발달하고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오늘날, 지구촌 어린이들 중에는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이들이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로 많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산하 가톨릭통신사인 피데스(Fides)는 유엔의 통계에 바탕을 두고 전세계 2억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14세 이하의 어린이 2억 1100만명이 학교에 가지 못하며 5세 이하의 어린이 1300만명이 매년 기아와 질병으로 죽는다고 말했다.
영양실조와 기아는 그대로 어린이들의 조기 사망으로 직결된다. 2000년 현재 전세계 어린이들의 조기 사망률을 살펴보면 실태는 충격적이다.
유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으로 인구 1000명당 유아사망율이 무려 108명에 달한다. 선진 산업국들의 평균이 불과 6명인데 반해 저개발국은 102명, 개발도상국은 63명이고 세계 평균은 57명이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시에라리온으로 무려 180명, 10명에 2명 꼴로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죽는다. 그 다음이 나이지리아로 159명, 라이베리아 157명, 소말리아 133명, 콩고 128명, 모잠비크 126명, 모리타니아 120명을 기록했다. 한국은 5명이고 북한은 23명을 기록했다.
에이즈의 가장 큰 피해자도 어린이들이다. 15세에서 24세의 젊은이 1180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돼 있다. 새 감염자의 절반이 이 연령대의 젊은이들이다. 이들 중에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젊은이들이 전세계 에이즈 감염자의 70%가 넘는 860만명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모체로부터 감염되는 사례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한해에만 15세 이하의 어린이 80만명이 새로 감염됐는데, 그중에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어린이가 70만명으로 대부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2002년 일년 동안에만 15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에이즈로 사망했다.
또 부모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함으로써 고아가 되는 어린이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2001년 현재 이렇게 고아가 된 15세 이하의 어린이가 전세계적으로 1340만명에 달한다.
개도국과 저개발국에서 어린이들을 착취하는 사례도 충격적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30여개국의 개발도상국에서 5세부터 14세까지의 어린이들 중 19%가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냉전 이후 더욱 격화된 지역 분쟁의 와중에서 어린이들은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동원되기도 한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소년병들은 주로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 중동지역 국가와 수단 우간다 앙골라 등 아프리카 지역,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징병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최대 10만명이 징집되기도 했고 미얀마 수단 콩고 르완다 콜롬비아 등이 적게는 2만에서 많게는 5~6만명까지 소년병들이 강제로 동원됐다. 시에라리온은 한때 반군의 80%가 소년병으로 구성되기도 했다. 우간다에서는 5세 어린이가 정규군에 편입되기도 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10년 동안 세계 분쟁 지역에서 200만명에 달하는 소년병이 살해됐고 600만명이 부상당했으며 100만명이 부모를 잃고 2천만명이 집을 잃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유니세프는 지난해말 현재 18세 미만의 소년병이 무려 30만명이나 된다고 폭로해 어린이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했다. 또 대인 지뢰로 인해 매년 9천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고 있다.
성 매매, 인신 매매의 현실 또한 심각하다. 한 추산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연간 100만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성 노예 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다. 장기 매매용으로 어린이를 유괴하기도 하며 이러한 어린이 인신매매는 오늘날 12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또 인터넷의 발달로 포르노산업이 양산되면서 어린이 포르노가 큰 산업이 되고 있어 그 피해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처럼 어린이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유는 하나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어린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어른들의 이기심입니다. 성 학대, 강제 매춘, 마약 판매와 사용에 끌어들이기 등 어른들의 폭력으로 젊은이들이 깊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강제 노동이나 전쟁터에 끌려 나가는 어린이들, 가정의 붕괴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는 어린이들, 파렴치한 장기 매매나 인신 매매를 당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가져온 비극과 그 참혹한 결과는 또 어떻습니까? 인류는 그러한 끔찍한 비극 앞에서 결코 눈을 감아서는 안됩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2004년 사순절 담화 중에서).
▲ 우간다의 한 어린이 수용소. 영양실조와 기아는 그대로 어린이들의 조기 사망으로 직결된다.
▲ 콩고의 소년병. 어린이들은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동원되기도 한다. 또 대인 지뢰로 인해 매년 9천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고 있다.
했다.
했다.
■ 어린이에 대한 교회의 관심
유엔 유니세프등 국제기구와 연대 아이들 보호 노력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해 교황청에서는 어린이들의 인권 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유엔이나 유니세프, 유엔개발계획 등 국제 기구와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 안에서 아동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 1997년 3월 「아시아 어린이 매춘 근절기구」(ECPAT)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린이 매춘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존엄성이 짓밟히고 미래를 빼앗긴 죄없는 어린이들의 울부짖음 앞에서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해 유엔 주재 교황청 대표 주세페 버틸로 대주교는 4월 14일 어린이 인권에 대해 유엔에서 연설하면서 『교황청은 오랫동안 어린이와 그들의 권리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가져왔다』며 1994년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보낸 교황의 서한을 상기시키면서 『인간의 양심이 아이들이 다른 인간을 죽이도록 하는데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영혼과 지성은 결코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1997년 10월 유엔 주재 신임 교황청 대표 레나토 마르티니 대주교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어린이의 보호와 증진」을 주제로 연설을 하고 『세상의 어떤 어린이도 매춘, 마약, 군인을 꿈꾸며 자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마르티니 대주교는 오늘날 전세계에는 6억5천만명의 어린이들이 이런 비극적 현실 속에 살고 있다며 『그들은 가족과 떨어져서도, 해로운 노동환경 속에서 착취당해도, 성.육체.심리적으로 혹사돼도 안되며 무장 분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권을 침해하는 이런 상황들을 직면할 때마다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들」에게,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불의한 지배를 볼 수 있다』며 『우리는 어린이들이 인간으로서 명백한 인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이즈 문제와 관련해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의장 하비에르 로사노 바라간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1일 320만명에 달하는 15세 이하의 어린이가 에이즈 감염자임을 지적하고 특별히 『에이즈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고아들에 대한 인도적, 사회적, 의료적 보살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