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내년 1월에 시행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사고방식은 한 마디로 난치병, 불치병 치료라는 미명 아래 도사리고 있는 극도의 상업주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생명윤리법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전혀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생명과학의 발전이 눈부시게 이뤄짐에 따라 야기된 다양한 생명윤리 관련 사안들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국내 최초의 생명윤리법이 제정됐다는 면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특히 그 동안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생명과학 연구와 임상 분야에 대한 규제 항목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간 개체 복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인간 배아에 대한 관리 규정을 두고 있고 기관별로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나 유전자 정보를 통한 차별이나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들은 보다 근본적인 결함, 즉 인간 생명을 생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 다시 말해서 하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배아를 한갓 실험대상으로 삼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은 치명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잘못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처럼 생명윤리법이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정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가. 생명과학 기술과 관련된 논쟁은 기대와 우려가 항상 긴장관계를 형성해왔었다. 하지만 이번 입법으로 인해 이러한 긴장 관계는 어느 정도 깨졌고 윤리적인 고려보다는 과학적 발전과 이에 따른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아 줄기세포를 국내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배양했다는 소식은 두 가지 이유에서 국내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이러한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를 통해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갖게 됐다. 즉 한 일간지의 엠바고 파기 문제와 이른바 한국 생명과학계의 쾌거라는 시각이 이 사안을 둘러싼 여론을 형성하는 듯했다. 특별히 이를 두고 쾌거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우선 그것이 난치병, 불치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불치병에 걸려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제시하는 배아연구의 미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연구를 줄곧 강변하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그 성과로 간주되는 것은 그것이 가져오는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생명과학기술이 바탕이 되는 바이오 산업의 발달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러한 연구를 직접 간접으로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실시한 연구팀은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결코 『상업 목적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연구 소식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이미 연간 60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들의 연구는 생명윤리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내년 이후가 되어서도 법에 따른 소정의 절차를 거친 뒤 공식적으로 허용될 공산이 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진은 빠르면 내년부터 이번에 연구에 성공한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적용하는 첫 임상 실험을 내년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이들은 인천의 한 병원과 공동으로 배아 복제 연구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다가 정부는 배아 복제기술이 실용화될 것에 대비해 배아 복제 의료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의 입장과 발언들을 통해 볼 때 배아 복제연구는 큰 무리 없이 법안에서 정한 규정에 따른 허용 절차를 밟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상업성에 바탕을 둔 생명윤리법의 발효는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기보다는 반생명적인 연구와 실험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의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생명윤리법이 본격 실시되기 전에 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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