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뚱이를 나눌 때마다 무거운 짐을 더는 듯해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2월 25일 1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간의 40%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은 김용수(안드레아.53.대전 연무본당)씨는 담담한 말로 사람들을 더 놀라게 만들었다.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표정의 그의 얼굴에서는 과거의 그림자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쁨이 전해져왔다. 전과 16범. 18살 나던 해 아버지의 학대에 못이겨 가출했다가 폭행죄로 10개월의 첫 징역형을 산 뒤, 줄줄이 「별」을 달며 꼬박 20년을 감옥에서 젊음을 흘려보내야 했던 그의 삶에서 회한이 꺼풀을 벗고 있는 중이었다.
『살신성인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그냥 나누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간이 누구에게 기증되는지 몰라도 좋았다. 다만 말기 간암으로 삶의 끄트머리에 절박하게 매달려있던 환자에게 이식됐다는 얘길 들어서 알뿐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나눔은 오래 전부터 준비돼 이어지고 있는 「진행형」일 뿐이다. 이미 2000년 자신의 한쪽 신장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기증해 그 신장을 받은 이의 가족이 또다른 이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연쇄 장기기증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낳기도 했다. 신장을 줌으로써 죄와 단절하는 새로운 세례를 받았다면 이번 간 이식으로 견진성사를 받은 셈이다.
그의 「속죄의 삶」은 1994년 청송보호감호소에서 한 수녀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수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눈 뜬 새로운 세상은 지난 77년 영세 이후 줄곧 신앙의 영양실조상태에 빠져 있던 그를 새롭게 나게 만들었다. 『늦게나마 주님 사랑에 눈을 뜨게 해주신 데 감사드릴뿐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자 삶도 달라졌다. 마음 속에서부터 넘쳐흐르는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한자 두자 적다보니 2000년 7월에 감옥에서 보낸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을 담은 첫 시집 「잃어버린 세월」을 낸 것을 시작으로 신앙시를 모은 「목마른 영혼」에 이어 최근에는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사랑 한모금, 그리움 한가닥, 눈물 한방울」이라는 세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느지감치 찾아온 세상에 대한 통찰은 새로이 보금자리를 튼 고향 논산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톱밥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네 식구가 월세방에 살면서도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회원으로 심장병 어린이돕기에 나서는가 하면 자신보다 힘든 홀로 사는 노인들이나 장애인 가정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머니 얼굴도 모르고 자라 모든 노인들이 자신의 부모처럼 느껴진다는 그는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을 모시고 살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놓는다.
『주님만은 저를 용서하시고 기억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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