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사하는 빛의 화가, 빛의 사제」라는 수식어로 잘 알려진 재불화가 김인중 신부(성도미니꼬 수도회.63)가 사제수품 30주년을 맞아 세계 8개국에서 전시회를 펼치고 있다. 3월 10~21일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내초대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신부를 만나 화가로서, 사제로서의 30년 여정을 들어봤다.
『예술과 종교에는 나이제한이 없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순간순간 늘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말문을 연 김인중 신부의 모습에서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라고 보여지지 않을 만큼 진한 열정이 묻어났다.
-빛의 화가, 이색화가…
그는 비구상화를 그린다. 「빛의 화가」라는 표현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빛을 뿜는 듯한 선명한 색상. 『빛은 하느님으로부터 오고 색은 빛에서 온다』는 보나벤뚜라 성인의 말처럼 그의 캔버스에서는 갖가지 형태의 빛이 살아숨쉬고 있다. 분방한 붓의 흔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성과 내면의 질서를 나타내는 듯한 여백의 미 또한 두드러진다.
『때때로 왜 사제가 성화를 그리지 않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저는 되묻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화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파리 노틀담성당에서 열린 전시회를 관람한 한 무리의 유다인들이 김신부를 찾아와 이렇게 전했다고 한다.
『당신의 작품 앞에서는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게돼 기쁩니다』
그들의 말에서 김신부가 그림 그리는 이유를 단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김인중 신부는 화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대 미대를 졸업, 스위스 유학길에서 수도회에 입회해 30대 중반에 늦깍이 사제품을 받았다.
30여년, 성직의 길과 화가로서의 길을 동시에 걷는 어려움은 외국에서도 컸다. 그러나 김신부는 한번도 사제로서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해본 일이 없다. 『기도하지 않는 삶은 색깔이 없는 그림과 같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하느님이 주신 은총을 되돌려드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교회에서는 「이색화가」, 미술계에서는 「이색사제」로 불리는 어려움과 지탄들은 되레 스스로를 정화하는 힘이 돼왔다.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이 보여주는 폭발적인 성원도 큰 지지대가 되고 있다.
-수익금 모두 자선단체에
이번 세계 전시회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벨기에, 한국, 일본, 폴란드, 스위스, 콜롬비아, 이탈리아로 이어진다. 특히 폴란드와 콜롬비아, 이탈리아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빛의 신비」를 주제로 묵주기도에 대한 경의를 표한 작품을 출품한다. 이 작품들은 벨기에 고트후리드 다넬스 추기경의 묵상글과 함께 책으로 엮어져 더욱 눈길을 끈다.
국내 전시회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수익금은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수년째 밀려드는 각종 초대전을 거절하기에도 바쁘지만 2~3년을 주기로 여는 국내 자선전은 빠짐없이 마련하고 있다.
『하느님의 도구인 내 손을 통해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길 기도한다』는 김신부는 『지극히 미약한 것이지만 나의 피땀을 통해, 내 온 마음을 실어 봉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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