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외적이고 독특한 사건들을 경험합니다. 특히 이러한 경험이 현재의 것이라면 이것은 일상에 젖어 사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줌과 동시에 삶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과거의 것이라면 회상과 재현이라는 정신 작용을 통해 현재화함으로써 삶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특히 성공이나 큰 성취를 가져왔던 경험이라면 그러한 사건은 자신감과 더불어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닥칠 문제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이러한 원리와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론이 이야기 치료입니다. 이 이론은 개인의 삶은 삶에 대한 이야기로 조직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인 이야기가 삶을 형성한다는 이론으로 삶은 그가 가지는 이야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문제를 가진 개인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특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경험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합니다. 긍정적인 경험과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기 패배적이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선택하고 그 결과가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 치료는 바로 이러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과거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로 쓰는 것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영웅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는데, 중요한 점은 이러한 영웅적인 이야기를 위해 주목해야할 소재가 실패와 일상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빛나는 사건들」과 「독특한 결과」를 가져오는 「예외적인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빛나는 결과를 가져왔던 예외적인 사건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의미가 있고 중요성이 함축된 사건임을 깨우쳐 줌으로써 개인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도록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창조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사순 2주일을 지내면서 거룩한 변모라는 사건을 보게 됩니다. 지면상 이 사건의 의미를 여기서 다 설명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산」과 「구름에서의 소리」 「동반자 3명」등이라는 소재가 시나이 발현과 비슷한 소재들이라는 점, 그리고 「모습이 변하다」 「옷이 빛나다」 등은 묵시문학적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시현 사화로서 예수님의 정체를 밝혀주는 사건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부활 후 누릴 신적 영광을 통해 초월적이고 종말론적 존재가 바로 당신이심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가 같이 생각해 보고 싶은 점은 이 사건이 가지는 이러한 신학적 의미보다는 이 예외적이고 특별한 사건이 제자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오늘의 이 변모 사건이후 제자들 앞에 놓여진 상황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상 죽음, 유다교와의 갈등과 박해 등, 온갖 어려움이 제자들 앞에 놓여진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환경은 제자들의 육체적 삶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었거니와 더 나아가 그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했던 예수님에 대한 신앙마저도 위협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이러한 불리하고 위협적인 여건 속에서 위대한 신앙의 영웅으로 성장합니다.
우리는 가끔 제자들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와 다른 인간적 조건 때문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우리와 같은 조건의 인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가지는 똑같은 두려움과 갈등 뿐 아니라 신에 대해 가끔씩 찾아오는 의심도 가지는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상황과 감정을 넘어서는 의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제자들이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와 다른 감정이나 인간적 조건 때문이 아니라 우리와는 달리 의지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러한 의지적인 선택에 거룩한 변모사건이나 부활과 같은 예외적인 경험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한발 한발 위대한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힘,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마지막까지 예수님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준 토대가 바로 오늘과 같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사건이었을 것이고, 이러한 사건은 제자들의 의식 속에서 재현됨으로써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살아 있는 현실로써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오늘 복음을 보면서 살아야 할 교훈은 작지만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아주 독특하고 빛나는 신 체험을 나의 삶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체험을 우리의 의식 속에서 자주 재현함으로써 삶의 위기의 순간 나를 지지해 줄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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