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그들의 동일한 존엄성을 인정하며 하느님께서 그들 위에 아낌없이 부어주시는 은사들을 진정한 강복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다양한 영성의 풍요를 완전히 드러낼 수 있다』(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사도적 권고 「봉헌생활」 57항).
그러나 교회 내에서 여성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 무시, 과소평가하는 편중된 성서해석과 관행들은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가톨릭 여성신학회」(대표=한순희 수녀)는 이러한 불평등을 뿌리부터 해체하기 위해 복음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하는 신학적 작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즉 여성의 눈을 통한 신학적 성찰을 근간으로 여성의 존엄성과 소명감을 찾는 것이 여성신학회의 목적이다. 여성들에게 성서가 어떤 의미로 와닿는 지, 체험 안에서 어떤 오류가 있어왔는 지를 밝혀 성서 및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실제 여성들이 느끼고 인식하는 여성상의 괴리감을 타파하고 올바른 여성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을 삶의 현장에서 적극 실현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
여성신학회는 1997년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산하 분과의 하나로 설립됐다.
장상연은 평등문화 건설을 목표로 신학회 설립과 운영 및 연구지원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현재 신학을 전공한 평신도와 수도자를 비롯해 여성신학에 관심있는 이들 20여명이 활동 중이다. 기본적으로 매월 월모임을 통해 다양한 주제의 신학적 내용을 성찰하고 토의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모임은 수도자와 평신도가 평등공동체 실현을 위해 공동연대, 활동하는 장으로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아울러 여성신학회는 여성신학의 보급과 발전을 위한 책자 발간, 성서 및 영성연구 연대의 폭도 꾸준히 넓히고 있다. 특히 아시아여성신학자협의회 등을 비롯해 다양한 단체들과 연대해 한국여성의 영성을 널리 알리는데도 힘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심성에 기초한 신학적 성찰방법론」 「하느님 어버이와 한국여성 교회」 「역사에 가려진 조선가톨릭여성」 등 다양한 주제발표를 통해 의식화에 나섰다. 앞으로는 「21세기 영성」을 대주제로 여성수도자.평신도의 영성과 역사 속의 여성영성가들을 체계적으로 연구, 발표할 예정이다. 올 10월경에는 「21세기 영성-수도자의 정체성을 찾아서」를 주제로 공개심포지엄을 마련하며, 그동안 펼친 여성신학연구 기초작업과 주제발표내용을 엮은 여성신학 1, 2집을 비롯해 번역서 「신학 그 막힘과 트임, 여성신학개론」 등의 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 교회 내에는 여성신학전공자가 많이 부족하며 그들을 결집하는 힘도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의식화과정은 물론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제도와 교육과정 마련을 위한 준비조차 부족합니다』
여성신학회 강영옥 위원의 말이다. 신학교에도 여성신학과 관련한 정규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사목자들조차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 현장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여성신학회 대표 한순희 수녀는 『남성과 여성 모두 올바른 정체성을 찾고 행복을 느낄 때 가정도 제대로 서고, 복음화를 위한 노력에 공동으로 적극 나설 수 있다』며 『앞으로 부족한 여성신학을 정립하고 의식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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