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단지 우리의 아픈 역사로만 흘려보내서는 안됩니다.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해요. 팔순이 훌쩍 넘은 할머니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남을 배려함에 인색한 우리 젊은이들의 풍토 속에서 한 신자 대학생이 고교 졸업 직후부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명」과 할머니들의 「고귀한 뜻」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국민대 교육학과 4년 조정훈(토마스 아퀴나스.24.서울 월계동본당)씨. 그는 지난 98년부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오고 있다.
조씨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6년. 어느날 성당주보에 실린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소재)을 후원하자는 내용을 접하면서부터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대협을 찾았지만, 학업 때문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는 없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강의가 없는 날이나 주말이면 정대협 소속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었고, 또 매주 수요일에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할머니들의 한맺힌 울분과 안타까움을 달래드렸다. 2001년 군에 입대하면서는 재가봉사로 돌봐드리던 할머니를 가족들에게 부탁했다.
수요집회를 「데모」의 성격으로 보고 걱정하던 조씨의 부모도 이젠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아버지 조규복(예로니모.56)씨는 할머니가 매주 성당에 가실 때는 물론이고 병원이나 각종 행사에 친아들처럼 동행한다. 어머니 박노주(막달레나.50)씨도 할머니의 임대아파트를 찾아 간단한 청소나 빨래에서부터 반찬을 챙겨드리는 등 친딸처럼 보살핀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할머니와 정훈씨 가족은 하느님이 맺어준 새 식구가 된 것이다.
조씨는 『할머니가 손을 잡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내 증손자」라고 자랑할 때면 꼭 진짜 우리 할머니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며 『부족하겠지만 우리 가족 안에서 할머니가 지난 세월의 분노와 슬픔을 위로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전했다.
교사를 꿈꾸는 정훈씨. 그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할 생각이다. 할머니들의 문제는 결코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에도 진행중이며 미래에도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민족적 과제라고 가르치고 싶단다.
『지난 7∼8년간 봉사자로 활동해오며 조금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서글펐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가, 엉뚱하게도 한 연예인 때문에 주목받게 되더라고요. 현재 133명의 할머니가 살아계세요. 모두들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60년 회한과 슬픔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이에요. 저 같은 봉사자가 100명은, 아니 1000명은 더 필요해요…』
※후원 및 문의=(02)365-4016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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