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침 서광 빛을 발하고 하늘엔 찬미소리 울려퍼지며…』
꽃샘 추위의 차가운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3월 8일 새벽 서울 세종로성당(주임=한상만 신부).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에 비쳐드는 희미한 새벽빛 속에 찬미가를 시작으로 200여명 남녀 신자들이 성무일도서를 펼쳐들고 본당 수녀 선창에 이끌려 음율을 맞춰 시편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앞서 미사를 집전했던 주임 신부도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도다』
시편과 구약 찬가 그리고 응송에 이은 즈가리야의 노래. 이날 후렴을 합송하는 부분에서 「사순절에 드리는 찬미의 기운」이 묻어져 나온다.
마침기도후 주임신부의 강복으로 성무일도를 마무리한 교우들이 무언가 환한(?) 표정으로 직장으로 가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당 바깥은 이미 어두움을 지나 아침 햇살이 가득한 풍경이다.
지난해 재의 수요일이었던 2003년 3월 5일부터 시작, 1년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세종로본당의 성무일도.
교회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 방법으로 추천되는 기도를 신자들이 함께 바침으로써 영신적으로 결속되는 계기를 만들고 또한 「본당 공동체의 영성생활 원천」을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시도된 이 기도는 한해를 넘겨 다시 사순시기를 맞고 있는 요즘, 본당 공동체 안에서 신자 모두의 중요한 화두로 특히 사순절 실천 기도운동으로 매우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전 6시30분 아침기도를 시작으로 12시 낮기도, 오후 5시30분 저녁기도, 오후 8시 밤기도 등 하루 네차례 어김없이 성무일도가 이어지는 동안 세종로본당이 체험한 큰 변화는 처음의 원의대로 신자들간 신뢰심이 커지는 한편 기도속에 한마음으로 묶여지는 모습이 만들어졌고 또한 기도 시간을 충실히 지키고자 노력하며 겸손을 배우게 됐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저녁 보편기도 지향에서 구역 반을 통해 기도가 필요한 이들이 소개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기도가 함께 봉헌될 수 있었고, 기도 시간에 성당에 올 수 없는 신자들은 그 시간에 자신을 위한 기도가 성당에서 봉헌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네 번의 기도에서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는 인간의 한계성을 보고 하느님께 더 큰 감사를 드리는 겸허함 속에, 기도를 이끄는 수도자들은 수도자들대로 참석 신자들은 신자들대로 기도에 대한 체험과 자세가 새로워짐을 느낀다는 소감들이다.
거의 매일 아침을 성무일도로 시작한다는 이일영(대건 안드레아)씨. 『아침을 성무일도로 맞으니 하루가 새롭고 마음이 순화되는 것 같아요. 대화까지 부드러워집니다. 수도자가 된 기분이기도 하죠. 결석하게 되면 무언가를 빠트린 듯 기분이 이상해요』
유향란(미카엘라)씨는 주로 저녁기도에 참석한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기도를 하게되니까 급했던 성격마저 차분해 지는 것 같다』는 그는 『시간 전례가 갖는 중요성도 깨닫게 됐고 무엇보다 시편기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됐다』면서 『기도속에 더욱 침잠하는 법과 기도의 맛을 알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도를 진행하는 수도자들은 『개인적으로 습관적인 입으로 하던 기도가 신자들과 함께 하는 동안 더욱 마음에 와닿는 내용으로 변화되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박세실리아 수녀는 『기도 시간에 맞춰 성당을 찾는, 신자들의 함께 하려는 성의도 너무나 대단하고 감동적이며 본당 신부님의 참석도 늘 힘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로본당에서 성무일도가 1년여 넘게 끊이지 않고 계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본당 사목자 수도자들의 차별화된 역할의 분담 조화 협력이 있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수녀들이 주송자와 계 응을 맡는 역할 방법이 신뢰와 지속성을 가질 수 있었고 본당측에서는 그러한 체제가 가능하도록 시간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상만 신부는 이에 대해 『본당에서의 수도자 직능이 기도를 가르치고 이끌고 지키는 직무라는 것을 재확인한 사례도 됐다』면서 『신자들의 영혼을 돌보는 사목자를 위해 다양한 봉사를 펼치는 것과 함께 조력자로서의 수도자 활동이 기도하는 교회의 순종적인 마리아의 면모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고 말했다.
한신부는 『성무일도가 공동체의 중심적 기도로서 특히 사순절을 기해 각 교구 본당에 더 많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또한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봉헌되기 위해서는 본당사제가 수도자로서의 개성을 존중, 기도시간을 지키고 돌보는 일을 전담시켜 주고 그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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