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에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 웅크리고 앉아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 옥수수를 다듬는 노인들!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노는 코흘리개 아이들! 필자가 살고 있는 중국 관전현 하로하 조선족 마을의 전경이다.
하로하 마을은 현재 400호가 거주하고 있다. 그 중 200가구 이상이 최저의 생활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수입은 연간 인민폐 1500원(한화 20여만원) 수준이며, 그 또한 현금이 아니고 곡물을 현금으로 환산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겨우 일년 먹고 살 곡식을 수확하고 있으므로 곡식을 팔아 돈으로 바꿀 수가 없어서 자녀들의 학자금은 물론 다른 경제생활을 영위할 만한 여력이 없다. 경제적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생활의 발전을 기대하지 못하고 모두들 도시를 찾아 떠나거나 한국으로 갈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마을을 떠난 젊은이들은 돈을 버느라 가정을 버리게 되고 결국 남아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만이 손자들을 키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서 사는 가정은 찾아 볼 수 없고, 도시생활에 물들어 가족을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가정은 파탄나고 조선족 마을 공동체는 거의 붕괴된 상태이다. 이는 하로하 향 뿐 아니라, 모든 조선족 마을도 같은 실정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마을이 희망으로 가득 차고 있다. 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골 깊은 노인들의 주름은 웃음으로 펴져가고 있다.
그 이유는 2003년 10월부터 「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지역주민의 복지 향상과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조선족들로 구성된 하로하 협동조합을 설립하도록 지원해주고, 조합의 사업으로 「천연버섯재배 사업」의 자금을 지원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조합의 목적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하로하 향이 협의하여서 마을 공동체 건설에 이바지하고, 다함께 잘 살고 조합원들이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데에 두고 있다. 이 지원으로 조선족 동포들은 한국동포들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에 눈시울을 적시고 있고, 다시 재건될 마을공동체와 옛날의 화목했던 가정을 상상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다.
주민들은 조합의 활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산활동에서 조합원들은 서로서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 모두 다 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이제 마을사람들은 머지않아 이런 모습을 알게 된 마을을 떠난 젊은이들이 되돌아 와서 마을 재건에 함께 하리라고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로하 협동조합에서는 지원금으로 올해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하였다. 현재 생산 준비 단계가 마무리되고 있으며 2004년 3월부터 정식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 단계에 인민폐 15만원을 투자하여 그 생산 규모가 아주 대단하다. 현재 하로하 협동조합에는 총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조합에서는 구성원들에게 생산에 관련된 기술을 가르치고 지속적인 관리와 훈련을 통해 생산 기술자들을 배출할 계획이다. 기술자 양성으로 우리는 이 지역 경제 자립의 기초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월 하순부터는 표고버섯 수확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 때 가면 조합원들은 수확의 즐거움을 나누게 되며 많은 가정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첫 단추를 끼우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희망은 같은 동포인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도움의 손길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동포라는 것이 이렇게 가슴시리도록 고맙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작은 마을에 희망을 준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고마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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