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자기 젖먹이를 어찌 잊으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어찌 가엾게 여기지 않으랴』(이사야 49, 15)
가슴에 못을 박아도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은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자식들의 처사가 일말의 동정의 가치도 없을 때가 있건만 그들을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름동안 반지하방에 갇혀 있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알려진 할머니가 있었다.
중풍으로 인한 편마비로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웃이 창살 틈으로 넣어주는 도시락 하나로 연명하시며 사람들의 접근을 완강히 거부하고 계셨다.
『어머님,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수도자에 대한 믿음에서인지 집안에 들어가는 것을 간신히 허락하셨다.
119구조대를 통해 들어간 집안은 도저히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의자에서 대소변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비위생적인 주변 정황들, 방 구석구석에 쌓인 쓰레기더미와 악취, 의자에 앉아 보름을 지내서 부어오른 손과 발, 하루 한끼로만 연명해서 누렇게 뜬 얼굴….
대도시 중심가에서 벌어진 장면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자녀들에 대해 묻는 말에 귓속말로 조심스럽게 알려주시면서 『우리 애들이 알면 나를 그대로 버려둘 리가 없어, 바로 데려갈 거야. 우리 애들 찾아 줘』라며 울먹이던 할머니.
그러나 경찰서, 동사무소 등을 통해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자녀들은 「어머님이 살아 계셔서 고맙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까」를 더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재산이 탐나서 모시고 있던 자녀를 탓하기만 했다. 『사회복지시설에 맡기지 그랬냐』는 등 오히려 자신들을 찾아낸 우리를 원망하는 눈치였다.
아쉬울 때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청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오늘날의 자식들인지, 그 자녀들을 설득하고 부양방법을 의논하는 수개월 동안 어르신을 돌볼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매우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자녀들인데도 『당신을 낳아주신 부모인데…』라는 말로 그들의 마음을 쉽게 변화시킬 수 없었다.
할머니는 자녀들의 태도에 실망하셨음에도 『그 애들이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래. 우리 애들 이해해 줘』라는 부탁까지 하셨다. 자식은 부모를 귀찮아하는데, 부모는 오히려 자신을 버린 자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야반도주한 자식이 행여나 이웃의 신고로 잡힐까봐 한사코 주변의 접근을 막았던 어머니, 자신을 모시길 거부하는 자식들을 이해해달라는 어머니.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죽어서도 뗄 수 없는 그 사랑을 아는 우리 신앙인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조금 더 알 수 있을까? 먼 미래에 우리들은 그 사랑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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