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약 1시간 정도 외곽으로 벗어나면 미완성의 집들이 빼곡이 모여 있는 비야 엘 살바도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약 30년전 안데스 산간 마을에 살던 가난한 인디오나 메소티조(인디오와 백인의 혼혈)들이 일거리를 찾아 대도시로 옮겨 와 변두리 모래 산에 무단 이주 해 세운 마을이다.
이곳의 기후는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는 해안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더위, 그리고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영상 10도를 내려가지 않고 아침마다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가 3개월간 계속 되기에 습도가 높아 관절염과 기관지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4년 전부터 이곳에서는 한국 수녀 3명이 본당을 중심으로 원주민 신부님과 사목하고 있다. 필자는 직업을 가진 가난한 여성과 미혼모를 돕기 위해 아이들을 돌보는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여성들의 고통을 마음으로 느끼고 체험하게 된다. 한 여성으로 준비되기 전에 이미 아기의 엄마가 되어 버린 10대 여성의 상처는 고된 삶의 시작인 것이다.
언제나 울먹이며 『제발 내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장사를 잘 할 수 있을 텐데…』 『일자리는 찾았는데, 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면서 사정사정 애원하는 이들의 손길을 뿌리 쳐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기도 한다.
반면 남성들은 우월주의에 빠져 또 다른 여자를 찾아가는 것을 당연함으로 여긴다.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일거리가 생기면 기쁘고, 비록 같이 살지는 않지만 생활비를 대 주는 아이의 아빠가 있다면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이들을 위해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이들을 돌보아 주고, 가르치고, 음식을 제공하고, 놀아 주는 일은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가 요구된다.
마리오라는 1년 6개월짜리 아이가 있다. 할머니와의 면담을 통해 아이의 엄마가 돈 때문에 직업을 찾아 다른 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와 한참을 말없이 함께 울었다. 모두에게 너무나 아픈 고통이고 어려움이다.
할머니는 이 탁아소를 너무 사랑한다.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과 자신 있게 자기의 딸을 기다리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있다고 말한다.
이곳 사순절의 절정은 성주간.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준비하면서 온 신자들이 교회로 모여 온다. 손에손에 빨마 가지를 들고 행렬을 시작하면서 일치를 이루는 시간은 삶의 모든 고뇌가 공동체의 일치로 변화되고 축복으로 이어진다.
신부님이 양동이로 축성된 물을 신자들에게 부을 정도로 축복 받으려는 의지는 대단하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려는 이들의 본질적인 신앙은 참되게 살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작은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에 금방 눈물을 흘릴 줄 알며 또한 사소한 유혹에 금방 떨어지는 단순한 사람들 이다. 이제 이들은 「선교사는 무조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물론 급하고 돈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지만 언제나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고백하며, 무조건적으로 손을 내밀거나 공짜를 원하지 않는다.
병이 나거나 일이 생기면 돈을 마련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면서 살아가다 지치면 고통을 온몸으로 받는 사람들이다.
사순절이 오면 한국교회에서는 기도와 나눔을 실천하는 신자들의 고운 삶을 볼수 있다. 소중하고 특별한 은총이라 생각한다. 이 사랑의 실천은 온 세상 곳곳에서 많은 열매를 맺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의 빛이 된다는 것을 이곳 페루의 선교생활을 통해 체험하게 된다
직업을 가진 여성과 미혼모들에게 우리의 탁아소는 희망의 터전이다. 작은 도움이 이들에게는 새 삶을 시작하는 발판이 되고 기쁨과 신뢰를 갖게 하고 희망과 행복을 소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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