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시성성에서 「교회 법정의 권한에 관한 교령」(Decree of competence of eclesiatical) 인준과 「장애 없음」(nihil obstat) 확인 공문을 보내옴으로써 순교자가 아닌 증거자로서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의 시복 수속 절차가 한국교회 안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최양업 신부에 대한 시복 추진이 시작된 것은 1995년 청주교구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의 성인 103위에 포함되지 못한 초기 순교자들의 시복은 이미 1982년에 시작됐었다. 그러나 103위 시성식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잠시 중단했었고 1984년 시성식 직후 재개됐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200주년 시복시성 추진위원회가 교황청에 「한국천주교회 창립 선조 98위」를 바탕으로 조정된 청원서와 약전을 제출했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각 교구에서 독자적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청주교구에서 1995년부터 배티성지 담임 장봉훈 신부(현 청주교구장 주교)의 주관으로 최양업 신부에 대한 시복을 추진하면서 관련 자료집들을 발간하고 자발적인 현양 운동을 시작했다.

최양업 신부가 순교자가 아니므로 다른 순교자들의 시복 건과 함께 추진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주교구에서는 이에 대해 1996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청주교구에서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만장일치의 합의를 얻게 됐다.

이후 각 교구에서는 시복 추진이 속속 이어졌고 1997년에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차원의 통합 추진이 결의됐다. 1999년 1월 제1차 통합추진회의가 개최됐다.

2001년 6월 18일 열린 제5차 통합추진회의에서는 최양업 신부와 관련해 증거자의 건은 별도 건으로 묶어 진행한다는 것이 논의됐다. 교황청 시성성의 7월 14일자 공문은 증거자의 시복 추진에서 증거자별로 분리해 「하느님의 종」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서 2002년 3월 7일 제2차 시복시성주교특위 회의에서는 증거자 2명을 각각 별개의 안건으로 추진하고 우선 순교자 124위를 묶어서 제1차로 시복시성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주교특위는 이들 124위의 순교자에 대해서 그해 6월 25일자로 제1차 시복시성 추진 안건에 대한 교령을 교황청 시성성에 요청했고 9월 4일 교황청 시성성은 124위에 대한 통합 추진을 인준하고 마산교구에 예비 심사 관할권 허가 교령을 보내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최양업 신부와 김범우 등 증거자의 경우에는 순교자와는 별도의 건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하도록 했고 지난해 11월 11일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 명의로 「최양업 신부의 영문 약전이 첨부된 교회 법정에 관한 교령 신청 공문」을 시성성에 보냈고 그후 불과 2개월만에 교황청의 교령이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