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른 지면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독자들을 위해 다시 한번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스도교는 일반사회에서 통용되는 의식과 관습의 매력과 한계를 직시하고, 이를 역행함으로써 구원과 해방을 제시하는 종교이다. 예를 들어, 세속사회의 패러다임에 의한다면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야」만 한다. 뱁새는 뱁새라는 구차한 자신의 배경과 본질에서 치열하게 빠져나와 주변인들로부터 사랑과 칭송을 받는 환상적 존재, 즉 황새가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물질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라는, 일종의 「자생적 사대주의」가 일종의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이러한 잘못된 허상을, 보장된 삶을 살기 위한 가장 안전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종교는 뱁새가 어느 날 갑자기 황새가 되는 기적과 요행을 부추기지 않는다. 그리스도교는 오히려 뱁새는 뱁새대로 황새는 황새대로 자신의 본질을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행복과 현재적 처지를 연대시키는 가장 합리적 길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혜문학 잠언이 지향하는 지혜와 행복은 이러한 관점과 맥을 같이 한다. 자신의 고유성을 실현시키는 것에서부터 구원과 행복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가르침(3,13~26)
『행복하여라』라는 특수 구문으로 시작하는 이 가르침은 지혜와 슬기를 찾은 사람의 행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행복하여라』(히브리어: 아쉐레 / 그리스어: 마카리오스)로 시작되는 양식은 이미 고대 근동에서 자주 사용되던 특수 양식으로 구약성서 뿐 아니라 신약성서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문형이다(마태 5장 산상설교 참조). 본문은 지혜와 슬기가 은이나 순금, 산호보다 좋고, 그 어떠한 귀중품에도 비길 수 없음을 표명한다(14~15절). 본문은 계속하여 지혜를 찾음이 행복인 이유를 제시하는데(16~20절), 21절에서는 다시 『내 아들아』라는 호칭을 적용함으로써 주위를 환기시키고, 이어 신중함과 현명함에 대한 권면을 부각시킨다. 신중함과 현명함은 영혼에 생명이 되고 목숨을 아름답게 하며(22절), 안심하고 인생을 살 수 있게 한다.
더욱이 지혜를 찾은 이는 『갑작스러운 공포 앞에서도』, 『파멸 앞에서도』(25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주님께서 그들의 보증인이 되시어 온갖 덫에서 구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26절).
다섯 번째 가르침(3,27~35)
이어지는 가르침은 『~하지 말라』는 표현을 연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27~31절), 윤리적으로 하지 말아야할 행위의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타인에게 선행 베풀기를 거절하지 말 것(27절), 도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핑계를 대지 말 것(28절), 남에게 악을 조장하지 말 것(29절), 나 자신에게 치명적 악을 가하지 않았다면 구태여 다투지 말 것(30절), 간사하고 악하게 성공하는 이들을 부러워하지 말 것(31절) 등이다. 이러한 금령 다음에는 왜 그런 일들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제시된다(32~35절). 주님은 내가 타인에게 한 그대로 내게 하신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34절).
여섯 번째 가르침(4,1~9)
『아들들아』라는 복수형 호칭으로 시작된 이 부분은 잠언 1~9장 중에서, 가르침이 전수된 자리가 「가정」임을 가장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곳이다. 아버지 역시 그의 아버지로부터 가르침의 내용을 전수 받았음이 분명히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1~4절). 이러한 전통성에 대한 제시는, 그 다음에 강조되고 있는 내용의 권위와 정당성을 부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제시되는 가르침의 내용은 지혜가 가지는 특성에 대한 것으로, 앞에서 제시된 가르침들 안에서 이미 표현된 것(5~9절)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되어있다.
부모가 전해주어야 할 유산
『내 아들아』로 시작하는 잠언의 내용이 굳이 아니라 하더라도, 부모가 전해주어야 할 진정한 유산은 돈, 명예, 배경이 아니라, 그 무엇도 대신해줄 수 없는 믿음과 사랑임을 우리 모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 안에서 그래도 우리가 인간 본연의 긍정을 잃지 않고 삶을 추스르고자 하는 건, 부모님이 주셨던 그 사랑에 대한 기억 때문은 아닐는지….
어머니의 사랑을 잘 표현한 글이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너를 갖기도 전에 너를 원했단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너를 사랑했어. 네가 태어나기 한 시간 전에도 너를 위해 죽을 수 있었단다. 그건 기적이야』(모린 호킨스 Maureen Haw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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