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픈 열정만으로 무작정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발을 내딛은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설레임과 함께 어떻게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의 마음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이 곳은 독재의 폭정과 부패, 123%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 76%를 넘는 실업률 때문에 온 나라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힘없고 약한 아이들을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만났다.
내가 아이들을 주로 만났던 장소는 수영장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집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몸을 씻거나 빨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저녁이면 길거리에서 잠을 자며 본드 흡입을 하거나 어른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영장에 가면 몸을 씻고, 안전하게 낮잠을 잘 수도 있으며, 함께 건전한 놀이와 운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만든 음식으로 함께 점심을 먹고 같이 공부를 할 수도 있었다. 이 아이들은 나를 만나 생활하면 할수록 「보통」의 어린이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하라레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이런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절망의 세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하라레에서 멀지 않은 노튼이라는 곳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데, 노튼에는 현재 초등학교 6개, 중고등학교가 3개 있다. 하지만 기본 생활권이 무너지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중간에 포기하고 「거리의 청소년들」이 되고 있다.
거리로 나온 아이들은 구걸을 하거나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놀며 시간을 보낸다. 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는 비닐로 공을 만들어 축구를 하는 것이지만, 이 마저도 배가 고파서 많이 하지 못하고 그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방황하기가 일쑤다.
아이들은 또한 에이즈의 위험으로부터도 많이 노출되어 있다. 짐바브웨는 여느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에이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내가 만났던 많은 아이들의 부모도 에이즈로 죽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에이즈로 죽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에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 정도로 빈약하며, 따라서 예방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노튼 지역의 학교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들은 청소년센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지만 아무도 용기 있게 시작을 하지 않는다. 노튼 지역에는 어떤 청소년센터도 없으며 심지어는 도서관조차 없다.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이나 대책은 전혀 없다.
노튼 지역에 청소년센터를 설립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센터에서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여가선용과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또한 간식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성장에 조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센터의 설립은 젊고 능력 있는 인력을 미약하나마 활용할 수 있고, 지역 내 청소년을 위한 유일한 활동이 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기아와 질병, 교육혜택으로부터 제외되어 있다. 이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만들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내고 버텨야 하는지를 염려하며 살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도움으로 시작된 청소년센터의 설립으로 이 아이들에게 다시 「아이들의 시간」을 되돌려 주고 있다. 작은 정성으로 노튼 지역의 많은 청소년들이 새로운 생활의 활력을 찾고 꿈을 키울 수 있다. 부디 이 계획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한국천주교 신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
아프리카의 까만 아이들도 나와 같이 하느님께서 창조한 소중한 생명임을 기억해주고, 그 아이들도 하느님 안에서 나와 한 형제임을 신자들이 알아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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