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자 「진정 가톨릭이 되려거든」 기사를 읽고 남미에서 한 신부님의 반가운 글이 날아와 익명으로 공개한다.
『제가 있는 산타크루스 시는 볼리비아의 두 번째 도시이지만 경제나 인구 규모에서는 수도인 라파스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톨릭이다」라는 제목으로 3월 7일자 신문에 연재하신 글을 읽고 신부님의 의견에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무리하게 글을 올립니다.
남미는 절대 다수가 그리스도교인들이고 그 중에서 절대 다수가 가톨릭 신자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본당만 해도 인구 5만에 4만5천명이 천주교 신자입니다. 물론 미사 참례자는 2000명이 조금 안됩니다만은…. 이 구역 안에 성당이 하나, 신부가 3명, 수녀님 8분이 일하고 있습니다.
본당의 경제 규모는 월수입이 300달러를 조금 넘습니다. 이걸로 수녀님들 생활비와 본당 사무실 직원 월급, 전기세, 수도세를 내고 나면 항상 0에 가깝게 됩니다. 신부들도 매일 밤 몇 킬로씩 떨어진 구역에 찾아가 구역 모임과 반미사를 드립니다. 수녀님들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데 이 곳에 스무 개가 넘는 개신교회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 목사가 책임목사로 있는 교회도 있습니다. 신부님도 한국 개신교의 전교활동을 잘 아실 것입니다. 돈으로 사람들을 회유하는 것.
이곳에 한국 목사는 살고 있지 않습니다. 볼리비아 목사가 살면서 전교를 하는데, 한국 목사에게 안수를 받은 사람입니다. 한국 목사는 볼리비아 사람들 가운데 적당한 사람을 뽑아서 1~2년 데리고 다니다가 안수를 줘서 이런 곳에 파견합니다. 볼리비아 목사들 월급은 대략 100달러, 거기에 11조 꼬박꼬박 걷어서 생활합니다. 가끔씩 한국 목사가 신자들 데리고 와서 부흥회하고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난한 가톨릭교회는 견뎌내고 있습니다. 낮에는 모두 일을 나가기 때문에 가정방문을 하기가 힘들어서 밤에 다닙니다. 돌아오면 보통 10시에서 10시 반이 됩니다. 그렇다고 낮에 쉬는 것만도 아닙니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 본당을 위해서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는 일 또한 보통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신자들을 시켜버리면 될 일을 여기서는 신부가 직접 뛰어다녀야 합니다. 관청에 가서 말단 공무원에게 싫은 소리를 들으면서 말입니다.
결정적으로 사제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볼리비아에서 사제 수가 가장 많다는 산타크루스가 외국인 선교사와 수도사제를 합해서 겨우 160명 정도 밖에 안됩니다. 신자 숫자는 100만이나 되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안데스 산맥 쪽에 있는 교구는 14명의 신부가 전부입니다. 주임신부가 없는 본당도 수두룩하고요. 이런 환경 속에서 정말 많은 신부들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곳을 경험하시기 전에 제발 이곳에 대해서 그냥 말씀하지 말아주십시오. 신부님의 글을 읽은 얼마나 많은 한국 신자들이 남미 교회를 한심하게 생각하겠습니까? 현지에서 선교를 하거나 교포 사목을 하는 신부, 수녀들에게 제발 힘이 빠지는 말씀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신부님. 신부님께서 그냥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가 전부가 아닙니다. 이곳에도 이 사람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신부들이 있고, 신자들이 있습니다. 정말 한계에 부딪혀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곳 남미에만 제가 알기로 100명 이상의 신부와 수녀, 평신도 선교사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혹시 궁금하시면 http://www.amerindio.com/에 접속해 보십시오. 이곳이 저희 남미 선교사 홈페이지입니다.
신부님이 쓰신 글, 무슨 내용인지는 충분히 이해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말씀하신 남미교회에 관한 것은 정말 동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 볼리비아(사진)에서 사제 수가 가장 많다는 산타크루스가 외국인 선교사와 수도사제를 합해서 겨우 160명 정도 밖에 안된다. 신자 숫자는 100만명이나 된다. 주임신부가 없는 본당도 수두룩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정말 많은 신부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
필자의 답신
그곳 신부님께 보내드린 필자의 답신은 다음과 같다.
『신부님, 보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노고가 많으십니다. 그리고 멀리서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쓴 글에 대한 의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적해 주신 점 잘 유념하겠습니다. 본래 제 글의 취지는 누구를 탓하자고 쓴 글이 아니고 자성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더 잘해보자, 더 힘내자, 그런 취지로 글을 쓰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의 얘기를 한 것이 아니라, 사실 우리 얘기 내 얘기를 한 것입니다.
열심히 뛰고 계신 신부님께는 무척 기분이 나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어려운 사정이 있었군요. 그리고 신부님을 이해합니다. 죄송하기도 하구요.
인정합니다. 제가 통계를 보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그런 분석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분석도 사실은 그 글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다만 언급이었을 뿐, 태만에 빠진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해 보자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습니다. 지나친 점이 있었다면 공식적으로 사과합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부님이 계신 지역 이외의 전반적인 남미 추세에 대한 실태 보고가 있으면 제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하고 싶습니다.
신부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보내주신 글을 그대로 인용하여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오해를 불식시키고 박수를 보내드리기 위해서죠. 보시는 대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줄입니다』
독자들께서도 전후사정을 파악하셨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자성하느라고 쥐어짜봤으나 그래도 하느님께서 곳곳에 「남은자」들을 숨겨두셨구나 하는 생각에서 위안을 얻는다.
■ 정정=지난 3월 7일자 기사 중,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의 종교성을 비교하는 내용에서 통계 인용의 순서에 약간의 혼란이 있었습니다.
「기도를 안하는 신자율」의 경우, 가톨릭은 12.7% 개신교는 5.3%이며, 「경전을 안 읽는 신자율」은 가톨릭이 18.6% 개신교가 9.8%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가지 모두 가톨릭 신자들이 개신교 신자들에 비해 종교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