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구실을 방문하는 분들을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남성들은 책장에 처음 눈길을 주는 반면, 여자 분들은 소파의 등걸이나 찻잔이 예쁘다는 말을 건넨다. 어느 쪽이 우월한가는 결코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서로의 성(性)을 초월하여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있으니 그건, 「타자성에 대한 단순한 이끌림 혹은 매력」인 것 같다. 즉, 내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어떤 사물이나 사건이 근사해 보이는 현상 말이다. 필자의 방에는 특별히 예쁘거나 멋지다 할 수 있는 사물이, 도무지 없기에 하는 이야기다. 이번 주에 살펴볼 잠언의 가르침은 「내 것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자세히 전해주고 있다.
일곱 번째 가르침(4,10~27)
예의 『내 아들아』라는 호칭으로 시작된 일곱 번째 가르침은 선인의 길(11~13절)과 악인의 길(14~19절)을 대조시켜 놓음으로써 피교육자 스스로에게 자발적 선택을 촉구한다. 이러한 양극적 대비와 선택에로의 촉구는 지혜문학 작품 안에 자주 발견되는 주제이다. 20~27절에는 신체 각 부분이 지켜야할 덕목들이 제시되는데, 혹시 성서 본문을 읽지 않고 따라오는 독자가 계시다면, 잠언 4,23~27만은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고한다. 우리 행동이 어떠해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지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 마음을 지켜라』(23절)라는 표현에서 『마음』이란 히브리어 「레브」에 해당되는 말로서,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결단이 이루어지는 신체부위를 말한다. 쉽게 표현하여, 「레브」는 「내적 인간」 혹은 「본인의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저자는 『속이는 말』, 『왜곡된 말』(24절)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함으로써, 진심이 아니면 이야기하지 말라는, 즉 말하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지키면서 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에는 『네 발이…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말게』(27절)하라는 표현을 통해 「중용」의 덕을 또한 부각시키고 있다.
여덟 번째 가르침(5,1~23)
이어 아버지는 「낯선 여인」에 대하여 경고한다. 이 주제는 이미 2,16~19에 등장한 바 있지만, 여기서는 더욱 구체화된 내용을 볼 수 있다. 『낯선 여자의 입술은 꿀을 흘리고, 그 입속은 기름보다 매끄럽지만』(5,3), 그 결말은 『쓴 쑥처럼』(4절) 쓰디쓸 뿐이다. 낯선 여자와의 관계를 경계해야하는 이유를 본문은, 명예를 손상당하거나, 헛된 삶을 살아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9~14절). 이어 저자는, 낯선 여인의 덫에 걸리지 않을 대안을 제시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젊은 시절 아내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다(15~23절). 아내는 『우물』이고 『샘』이며(15절), 언제나 스스로를 흡족케 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19절). 『우물』과 『샘』이 생존을 위한 절대성을 은유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러 주제들(6,1~19)
이어지는 부분은 여러 주제들의 혼합으로 형성되어있다. 먼저 「보증이 주는 위험」이 제시된다(6,1~5). 잠언은 보증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그것은 올가미에 말려드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3절). 두 번째 주제는 「게으름에 대한 경고」로써(6~11절), 게으름의 결과는 「가난」뿐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어서 『쓸모 없고, 간악한 사람』이란 곧 거짓을 일삼는 사람임을 밝히고, 그의 비참한 최후를 서술한다(12~15절). 다음에는 「숫자 잠언」이라는 본문이 등장하는데(16~19절), 이는 고대 근동 문학 작품들 안에서 종종 발견되는 특수 문형이다. 그 형식은 간단하다. 먼저 어떤 숫자가 제시되고, 이 보다 하나 더 많은 숫자가 다음 구절에 등장하며, 이어 그 숫자에 해당되는 내용이 제시된다. 잠언 6,16~19에서는 「여섯」이라는 숫자가 제시되고 이어 「일곱」이라는 숫자가 나온다(16절). 다음에는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 일곱 개의 조목이 나열되는데(17~19절), 그 일곱 가지란 거만한 눈, 거짓말하는 혀, 무고한 피를 흘리게 하는 손, 간교한 마음, 악한 일에 앞장서는 다리, 거짓말 퍼뜨리기, 싸움걸기 등이다.
자신의 진심을 지키고 있는가?
「내 진심을 지켜주기」는, 낯선 여인에게 현혹되지 않는 지혜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자신에게, 그리고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진심(마음)을 보여줄 때 결과적으로 내 삶에 대한 프라이드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을 때 잘하기, 그 어떤 처세보다 톡톡히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야무지고 탁월한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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