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으로 지친 몸 달래주는 벗”
14년전 양로원 등에 주보전달로 시작
“보다 많은 이들위해 신문후원 절실”
『오실 때가 됐는데…. 오늘은 많이 늦으시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소재 수원성모병원(병원장=손학두 베드로)의 한 병실. 윤창원(아기안나.70.수원 북수동본당)씨가 이곳에서 맞는 수요일 아침은 다른 날 보다 조금 특별하다.
벌써 몇 달째 병상 신세를 지고 있지만, 매주 수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병실을 찾는 수원 조원동본당 레지오 「자비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과 가톨릭신문이 그를 설레게 한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윤씨의 눈길이 문 쪽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한 무리의 남성 레지오 단원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할머니, 저희들 왔습니다. 별일 없으셨죠? 길이 막혀서 조금 늦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는 윤씨. 단원들은 미안한 마음이 앞서 할머니의 손부터 잡는다. 이어진 기도시간. 윤씨를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싼 단원들이 병자를 위한 기도를 바쳤다.
『할머니 빨리 완쾌하셔야죠. 여기 이번 주 신문이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아래층에도 신문을 전해줘야 한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단원들. 어제 발행된 따끈따끈한 가톨릭신문을 건네주는 손에서 사랑과 정겨움이 전해온다.
현재 수원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신자 환자들은 대략 잡아 너댓명. 단원들은 매주 이들에게 가톨릭신문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단원들이 배달하는 신문은 독자들의 병원.공소.군부대 보내기 구독신청으로 무료로 보내지는 것이다.
투병 생활에 지쳐있는 입원 환자들에게 가톨릭신문을 통해 얻게되는 교회 안팎의 소식은 아픔을 잠시 잊게 해주는 탈출구와 같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1면부터 꼼꼼히 들쳐보는 덕분에 신앙지식도 한결 풍부해 진단다. 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가톨릭신문이 비신자 환우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다는 점. 매주 신문을 접하다가 세례를 받게 된 이도 여럿 있다.
조원동본당 남성 레지오 단원들이 가톨릭신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0년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관할 구역 내 병원과 양로원 등을 찾아다니며 본당 주보를 전해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가톨릭신문 수원지사를 통해 매주 100부의 신문을 입수, 지금까지 묵묵히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박찬영(안드레아.58) 단장은 『얼굴도 모르는 은인들의 관심과 정성으로 전해지는 신문 한 부는 보이지 않는 낮은 곳에서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작은 손길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 윤창원(아기안나)씨가 수원 조원동본당 레지오 「자비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건네준 가톨릭 신문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대
매주 스크랩해 교리시간때 활용
“신앙의 끈 잇는 소중한 도구”
3월 28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대 경신실.
한 달에 한번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대원들이 하나둘 들어선다. 주말 저녁 도심에서 열린 집회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했다가 오늘 새벽에야 부대로 복귀한 대원들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 기동대 소속 다섯 개 중대 중 네 개 중대 대원들은 오늘 오전 다시 출동했기 때문에 미사에 올 수 없다. 출동한 대원들은 또 다시 한 달을 기다려야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미사에 온 대원은 30여명. 대부분은 세례 받은 지 일년이 안 됐거나 천주교를 처음 접하는 신참(?)들이다. 미사를 집전한 최대식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경찰사목위원회)가 성호경을 설명했지만 성호를 긋는 모습은 여전히 어색하다.
미사 후 신.구약 합본성서로 복음을 찾아보던 한 대원과 교리교사가 칠성사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지난 해 세례를 받은 대원은 견진은 어떻게 받으며 세례와 견진성사는 어떻게 다른지 묻고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는다.
교리교사 강신원(시몬.서울 신도림본당)씨는 『처음 천주교를 접하는 대원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궁금한 것도 많다』며 『교리를 요약한 책이나 성서, 신문 등을 구해 달라고 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동대 특성상 언제 어느 때 출동명령이 떨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대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교리를 받기도 벅차다. 미사나 교리가 한창이다가도 갑자기 출동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회 소식이나 교리지식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신문이나 서적이 이들에게는 신앙의 끈을 이어나갈 수 있는 소중한 도구다. 매주 발송되는 「가톨릭신문」도 그 중 하나다.
부활절에 세례를 받을 예정인 대원들이 가톨릭신문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교리교사 김은순(아녜스.서울 신도림본당)씨는 신문에 연재중인 「이것이 가톨릭이다」, 「미사 얼마나 아십니까」를 차근차근 읽어가며 설명을 곁들인다.
김씨는 『올 초부터 연재된 두 기획물 내용은 대원들이 보다 쉽게 천주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매주 신문이 배달될 때마다 스크랩해서 교리시간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세례를 받은 박상욱(미카엘.27) 일경은 『미사나 교리를 와야만 신문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때론 아쉬운 점이 많다』며 『보다 많은 대원들이 신문을 통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알고 힘든 복무생활을 위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작은 바람을 전한다.
▲ 가톨릭신문은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대 부대원들에게는 교리교재요, 신앙의 끈을 이어주는 소중한 도구이다. 사진은 교리교사 김은순씨가 부활절에 세례받을 대원들과 함께 가톨릭신문을 보며 교리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
■ 영산포본당 동강공소
“이름모를 은인들께 감사”
『이번 주는 이런 소식이 있었네』 『어유~ 이 아이는 태어난지 얼마 안됐는데 병으로 고생하네…』
주일미사 후 광주대교구 영산포본당(주임=표양권 신부) 동강공소 신자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가톨릭신문을 펼쳐보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매주 주일이면 성당 뒤에 놓여있는 가톨릭신문 3부. 공소신자들은 신문을 통해 교회소식이며 신앙상식, 교리 등 많은 것을 배워간다며 후원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표한다.
하지만 50여명 가까운 신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신문으로 인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집에 가져가서 편하게 보고 싶긴한데, 나로인해 다른 사람이 못 볼까봐 공소에서만 보고 다시 제자리에 놓고 가야합니다』
공소 신자 박정학(가브리엘.49)씨는 『저희같은 벽지 공소 신자들에게는 신문 한 부, 주보 한 장이 너무나 소중하고 신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은인들을 위해 기도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87년 3~4명이 다락방 기도모임으로 시작해 지금의 공소 공동체를 이룬 동강공소. 현재는 숫자가 늘어 4개반으로 나눠 소공동체 모임을 가질정도로 신자들의 신앙 열기는 여느 때보다 가득하다.
박원국(이시도르.53) 공소회장은 『따로 교리공부를 배울 기회도 없어, 앞으로 더 많은 가톨릭신문이 후원된다면 소공동체 모임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싶다』며 도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