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흥식 주교
▲ 심상태 신부
▲ 박종대 교수
유흥식 주교(대전교구 부교구장주교)
심상태 신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박종대 교수(서강대학교 철학과)
■ 진행 정리
박영호 취재부장
한국 천주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선교 200주년을 맞아 200년 교회사를 성찰하면서 한국교회의 참된 성숙과 민족 복음화를 위한 미래 선교 대책의 수립을 위해 지난 1984년 전국 차원의 사목회의를 개최했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한 자리에 모여 1980년 11월부터 1984년 12월 1일 폐막까지 4년여의 준비기간과 본회의를 거친 이 사목회의의 성과로 작성된 12개 의안은 한국교회의 공식 문헌으로서 선교 300년대를 지향하는 사목방향 설정에 큰 길잡이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사목회의가 개최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이 문헌에 대한 진지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지 못했고 의안의 여러 제안들이 수렴돼 교회 시책에 적극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가톨릭신문은 올해로 개최 20주년을 맞은 이 기념비적인 회의와 그 성과로써의 의안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제안들이 어떻게 한국 교회 안에서 적용되어왔는지를 검토해보고 앞으로 한국교회가 산적한 사목적 과제들을 수행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성찰해보고자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창간 77주년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상좌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는 사목회의의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 미래사목에 주는 함의를 개괄할 것이며 앞으로 진행될 특별기획의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 먼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200주년 사목회의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흥식 주교 :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역사적인 한국 방문과 103위 순교자들의 시성식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한국은 광주 민주화 운동 후였으므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한 특별한 정치, 사회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때 교황님의 방한은 국민들에게도 큰 희망을 안겨주는 기회였습니다. 200주년 기념 행사들은 긴 박해를 겪었던 가톨릭 신자들이 소극적인 자세에서 국민들 앞에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선교 200주년을 기념하면서 교회가 한국 안에서 걸어온 길을, 특별히 순교 선조들의 삶과 얼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고 민족의 복음화를 위하여 새로운 방법과 길을 체계적으로 찾았던 은총의 시기였음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우리 한국 천주교회가 한국을 벗어나 세계 교회 안에 알려지는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 심상태 신부 : 정치적 암흑기였던 당시 주교회의가 선교 200주년을 맞이하면서 사목회의 개최를 결정했습니다. 「이 땅에 빛을!」 이라는 구호 아래 개최되는 사목회의의 기본취지는 「빛」의 세상을 갈망하던 국민의 염원과 잘 부합됐습니다.
교회 쇄신을 도모하고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사목헌장」, 1)과 교회가 깊이 결합되어 있음을 천명하면서 인류가 나아갈 구원의 길을 제시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령의 위대한 선물」(「제삼천년기」, 36)로서 「그리스도와 그분 교회의 신비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세계를 향하여 열린 공의회였습니다」(같은 교서, 18).
사목회의 역시 겨레의 운명과 깊이 결합되어 있는 교회와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자각토록 하면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와 세계 구원을 향하는 열린 자세로 개최된 성령의 위대한 선물로서 교회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기념비적 사건이면서 동시에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여는 돌파구를 마련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종대 교수 : 저 역시 주교회의가 소집한 사목회의가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참여한 것도 그렇고, 공의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 교회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면서, 변화하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안 문제에 복음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선교대책을 마련한 것은 좋은 열매입니다.
군사독재 정치가 계속되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시기에 한국 교회가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의 구현을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사목적 차원에서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었습니다.
- 사목회의의 성과는 12개 의제로 나눠 작성된 사목회의 의안에 집약돼 나왔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안이 실제로는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못했으며, 여러 제안들이 교회 시책에 적극 반영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유 주교 : 의안은 교회의 모습을 12가지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대안들을 제시했습니다. 그 안에는 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을 바탕으로, 이를 한국이라는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실천하려는 의지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를 구체적인 사목 현장에서 실현하려고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천을 위해 교구 또는 본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의안들을 교회의 삶 안에서 실제로 살기에는 하느님 백성(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전체에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대로 살겠다는 정신과 의지가 부족하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직한 대답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공의회가 바라는 성숙함이 부족하였다고 표현해도 될 듯합니다.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살펴봐도 새로운 결정을 하기도 어렵지만 그 결정을 실현에 옮겨서 교회를 쇄신시키고 사회를 쇄신시키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 교수 : 교회에서 사목회의 의안의 기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더불어 사목회의 의안이 심도 있게 체계적으로 연구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교회는 사목회의 의안의 내용과 제안을 사목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데 소극적이었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교구 행정을 맡은 어르신들께서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4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해 마련한 이 훌륭한 의안이 사장되다시피 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심 신부 : 사목회의 개최 전후 돌변한 교회 당국의 자세는, 공의회 이후 그 결실을 위한 노력들을 진지하게 보여주는 보편교회 당국의 자세와는 너무도 대조적입니다.
사목지침서에 수록되거나 사목 정책에 반영된 의안 내용들은 대부분 공의회 가르침 내지 교회법 관련 내용들과 관련되고, 한국 교회 현안들, 즉 토착화나 교회의 구조 변화 등과는 직접적으로 거의 상관없는 사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쇄신, 민족 복음화와 직결된 후자와 관련된 의안 내용들에 대한 진지한 연구 검토 작업이 공식 교회 차원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의안들은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수렴하고 학문적 뒷받침을 받으면서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회의와 세미나, 연수회 등을 통해 검토되고 합의를 거쳐 작성됐습니다.
사목회의 특정 부분에 대한 외면 내지 무시는 자기부정(自己否定)의 자세로써 자신의 행동과 인격의 진정성을 스스로 의문에 처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기에 교회 당국자와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반성하면서 사목회의의 목적을 실현하려는 참된 노력을, 늦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급변하는 현대 사회 안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80년대와 지금 현실은 어떻게 변화됐는지, 또 발표된지 20년이 지난 의안이 지금의 시점에서 얼마나 유효한지에 대해서도 평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 주교 : 사회의 모든 분야가 급속하게 변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시대로 표현하는 이 시대의 특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0년 전에는 민주화만 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과거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았지만 부정부패와 당리당략은 여전하고, 지역, 학연, 계층, 세대 간 갈등의 폭은 깊기만 합니다. 가정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이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기보다는 힘이 세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고 이익을 보는 듯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과 제도는 고쳤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이들의 마음의 변화가 없기에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새로운 시위 문화들을 보면서 복음화 사업도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 영세자의 수는 줄고 냉담자의 수는 늘고 있으며, 성소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신앙에서 질적인 향상을 하지 않는다면 불행하게도 계속적으로 나타날 현상들입니다.
▲심 신부 : 당시 국민의 관심사는 민주화에 집중되고 여타 문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국민들은 다양한 개인 욕구들을 분출하면서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혼란과 갈등도 체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존중과 다원화, 그리고 분권화의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는 민주화 질서가 진행되면서 국민 의식이 성숙해지는 양상도 목격됩니다.
당시 교회는 인권 옹호와 민주화에 투신함으로써 다종교 사회 안에서 범국민적 호응과 신뢰를 받으며 사회적 위상이 강화되고 교회 지도자들이 민족의 지도자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교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호응은 상대적으로 감소됐고, 교회 지도자에 대한 국민적 시각도 변화됐습니다.
이러한 전환기를 맞으며 교회는 80년대와 질적으로 판이한 변화를 직시하고 미래 향방을 가늠하면서 의안의 내용과 제안들의 의미를 새롭게 구명하고 사목 방침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 교수 : 사회는 80년대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 급격한 변화를 사목이 따라잡기 힘든 것 같습니다.
문제도 많습니다. 환경파괴,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되어 있고 소비주의, 물질주의,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온갖 부정과 부패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다량보급과 사용으로 특히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반생명적, 반사회적, 반인간적 사태들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즉 「죽음의 문화」가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문제도 교회가 일찍이 대처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의안이 환경윤리문제, 생명 윤리 문제 등을 구체적이고도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여 사목에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의안은 앞으로도 응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심 신부 : 의안들은 전통적인 교계 중심적 교회 구조로부터 삼위일체적 친교 구조로의 변화를 도모했던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기본 내용으로 작성됐습니다.
우선 친교 교회를 이룩하려는 결의를 만납니다(「성직자」11 37 「사회정의」, 3 22 「교회운영」, 1-5). 인간관계 역시 합리적, 수평적으로 변화되고 권위주의적 정치문화 전통이 민주화의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교회 안에서도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자율성을 요구하는 요청이 증대되고 친교적 교회가 정착되리라는 전망도 제시되어 있습니다(「평신도」159 이하).
그리고 교회법의 허용 범위 안에서 상위직의 권한을 하위직에 대폭 이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교구장 이동 및 임기제」를 검토하여 교황청에 건의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고, 교구간 사제 교류의 문제를 제안하며, 자문기관인 사목협의회를 보조원리의 범위 안에서 의결기관으로 바꾸는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교회운영」, 제안사항 1-6「특수사목-농촌사목」10 17 36 참조).
변화된 사회 안에서도 이러한 사목회의 의안 내용과 제안들은 현실적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교황께서 「제삼천년기」에서 개별교회들이 실현할 것을 촉구한 내용에 해당하기도 합니다(36항 참조).
제삼천년기의 민족 사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이 의안 내용의 실현을 계속 미루고 공의회 이전 질서를 고수할 경우, 쇠퇴 일로를 걷고 있는 서구 교회보다 더 참담한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교회 당국의 진지한 쇄신 노력이 절박하게 요청된다고 생각합니다.
▲ 1984년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위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교황이 입장하고 있다.
- 사목회의가 한국 교회 전체 차원의 회의라고 할 때, 여러 교구에서 열린 교구 시노드는 교구 차원의 사목회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목회의와 이후 열린 각 교구 시노드들과의 상관성에 대한 검토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유 주교 : 몇 년 사이에 여러 교구에서 열린 시노드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대전 교구는 시노드를 개최하지 않았는데, 교구장이 되면 시노드를 개최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교구 시노드들에 성령께서 함께 하셨음은 사실입니다.
사목회의가 개최됐던 시대와 교구 시노드를 개최한 교구의 환경과 사회가 변했지만 사목회의나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는 동기는 똑같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 없는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은총을 청하면서 하느님 백성이 함께 기도하면서 결정한 시노드의 결정을 구체적인 삶으로 옮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내가 한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마태7, 24).
실행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쇄신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이 면에 있어서는 특별히 사제들이 시노드의 문헌들을 구체적인 사목의 현장에서 실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심 신부 : 2000년 대희년을 계기로 몇 교구들이 교구 시노드를 개최했습니다. 수원교구가 「청소년」과 「소공동체」 주제에 국한하여 시노드를 개최했고, 부산 대구 인천 서울 등은 사목회의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 시노드를 개최했습니다.
각 교구들이 시노드 후속 작업들을 진행하는 사실도 전해지지만, 사목회의 의안과 제안들을 깊이 연구 검토해 결과물에 수렴하고 반영했는지에 관해 들은 바가 없습니다.
사목회의 의안 내용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각 교구 시노드 후속 작업들이 과연 새롭게 펼쳐지는 제삼천년기의 시대 상황 안에서 얼마나 교회 쇄신을 이룩하고 민족과 인류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관해 회의적입니다.
▲박 교수 : 각 교구의 시노드는 개최 자체에도 의의가 있습니다. 교구의 「하느님의 백성들」이 함께 모여 교회 안팎의 중대한 현안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목의 방향을 설정하려 한 것은 뜻깊은 일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일입니다. 시노드 개최로 만사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육을 통해 시노드 정신을 주지시키고, 모든 신자가 자기 자리에서 사도직에 투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지속적인 과제입니다. 특히 사목의 일선에 서 있는 본당 신부님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교육이 급선무입니다. 「시노드」가 「집안잔치」로만 끝나서는 안되겠죠.
- 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선교와 사목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는 지적이 자주 나오곤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획기적인 선교와 사목 방향, 방법의 전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의안들이 어떻게 재조명되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요.
▲박 교수 : 현대사회는 「위기사회」라고 부를만 합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젊은 교회이므로 아직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신자들의 사도적 열성이 전제되는 한 그렇습니다. 저는 군종사목과 청소년 사목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교육받은 평신도가 이들 분야에 투입되어 협조자로서 사제와 함께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여러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각 교구는 「가톨릭 학술·문화원」(가칭)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의 복음화를 위해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교회 안의 인재들을 결집하는 조직력이 약한 것 같습니다. 인재의 조직화를 위해서는 교회 지도부의 통찰과 강한 실천 의지가 요구됩니다.
「종신부제직」의 설정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제수가 모자랄 때 긴급처방격으로 하지 말고,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의안의 연구를 활성화하여, 시의에 맞게 보충할 것은 보충하고,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거교구적인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심 신부 : 사목회의의 취지와 목표가 제삼천년기에도 현실적 타당성을 여전히 지니며, 한국 교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의안들 안에는 한국 교회가 제삼천년기에 요청되는 성숙을 이룩하고 내외로부터 발해지는 복음화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통찰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전통적 토착 문화와 종교의 긍정적 요소들을 수용하여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친교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실천 방안이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제시되어 있습니다.
교회 당국과 전 구성원들은 의안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평가하며, 제안된 사안들의 타당성 내지 적합성 여부를 신중하게 식별하여 정당한 요청을 교회 정책에 수용하려는 작업을 진지하게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족 복음화가 여전히 지상과제이고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날로 높아지는 새 천년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는데 별다른 비전제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목회의 의안의 활성화 내지 구체화 작업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합니다.
▲유 주교 :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2000년 은총의 대희년을 끝내시면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루가 5, 4) 고기를 잡으라는 말씀으로 새로운 천년기를 열기 위하여 「새 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라는 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교회를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막 시작된 천년기에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새 천년기」 43항 참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계획에 충실하고 이 시대의 가장 깊은 열망에 부응하려면 친교를 살고 증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친교 또는 일치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등으로 나타난 정치적인 분열은 나라를 큰 위기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많은 원인과 이유가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벽이 두껍고 짙게 깔려 있습니다.
교세 증가율의 감소, 냉담자의 증가, 미사와 고해성사 등의 참여자 저하와 신 영성주의의 확산, 윤리적인 상대주의와 종교 혼합주의 등은 우리 교회에 대한 큰 도전입니다.
우리는 해답을 교황님의 말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교황님은 「새 천년기」에서 『사랑이야말로 진정 교회의 핵심』(42항)이라고 하시면서 『사랑만이 교회 구성원들을 행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안다고 하셨습니다.
『현대인은 스승의 말보다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의 말을 기꺼이 듣습니다. 스승의 말을 듣는다면 스승이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41)라는 말씀처럼 믿음과 생활이 일치된 삶은 이웃을 복음화 시키지만, 믿음과 생활이 분리된 미숙한 신앙생활을 할 적에 세속화 현상이 교회 안에도 깊숙이 들어오게 됩니다.
복음의 힘으로 우리의 주위를 변화시키는 것이 복음화이고, 세속의 힘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이 세속화입니다. 왜냐하면 복음화 된 사람이 이웃을 복음화 시키고, 복음화 된 공동체가 나라를 복음화 시키기 때문입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