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소금에 절여 독기를 다 빼낸 듯, 인생의 슬픔과 기쁨을 한데 삭혀낸 듯한 거친 녹(綠)이 매력적입니다』
조각가 이혜원(마리아 그라시아)씨는 무쇠를 주로 다룬다. 누룽지 표면처럼 거친 녹이 잔뜩 슨 작품들. 그러나 어줍잖게 빛나는 인공적인 기운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듯 강렬하다. 이씨는 이러한 무쇠조각 추상작품들을 4월 7~13일 명동 평화화랑(02-727-2336)에서 선보인다.
「외출(Outing)」이란 대주제 아래 「구원」 「고난」 「빛」 등 영혼성을 탐구한 종교적 심성의 작품이다. 특히 땅에 묻어 자연스럽게 삭혀낸 붉은 녹의 효과는 무쇠의 고집스러운 우직함과 솔직담백한 둔탁함을 잘 살리고 있다. 현대문명 안에서 시간의 깊이와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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