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하나의 「의미」가 됨을 공적으로 선포하는 제도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 결혼뿐이랴. 모든 관계가 다 그럴 수 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혹은 「그녀」)가 내 삶과 인생에 들어와 커다란 「의미」가 된 순간, 만남과 관계가 정식으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관계 안에서라면 그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 자체로서 「의미」이며, 내 삶을 맑고 깊게 하는 「힘」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삶을 살다가 행여 상대가 더 이상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 느껴진다면, 그를 탓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스스로를 속여왔던 거짓 사랑과 우정을 반성할 일이다. 이번 주 잠언의 가르침은 「간음」을 주제로 하고있다. 서로에게 「의미」였던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그렇게 서로에게 더없이 비열해지는 것, 「간음」을 성서는 어떻게 경고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아홉 번째 가르침(6,20~35)
『네 마음에 묶고, 네 목에 감아 두라』(6,2) 라는 간절한 권고로 시작된 아홉 번째 가르침은 「간음」을 경고한다. 『창녀는 빵 한 덩어리로 족하지만 간음녀는 귀중한 생명을 노릴』정도로 위험하고(26절), 간음은 『자신을 망치고자 하는 자』(32절)만이 걸려드는 과오이기 때문이다. 「간음」은 『마음에 불을 안고 다니는 것』 혹은 『숯불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것으로, 결국 제 몸이 타고 마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27~28절).
열 번째 가르침(7,1~27)
열 번째 가르침은 앞에 제시된 주제를 부차적으로 설명한다. 본문은 낯선 여자의 매혹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을, 「누이」인 지혜를 간직하는 것이라고 가르친 후(7,4~5), 한 낯선 여인이 청년을 유혹하는 장면을 소상히 「생중계」(?) 한다(6~23절). 날이 지는 어스름한 저녁, 길가로 나온 여인은 남편이 집에 없음을 암시하는 「능란한 화술」과 「매끄러운 입술」(21절)로 청년을 자기 집에 유인한다.
저자는 이렇게 위험 천만한 상황에 빠져드는 청년을 「도살장을 향하는 소」(22절) 혹은 「그물 속으로 빠져드는 새 같다」(23절)고 묘사한다. 이후 본문은 다시 『내 아들아』라는 호칭으로 주위를 환기시키고 결론부분을 준비한다. 그 여자로 인해 『힘센 자들조차 죽었다』는 사실과, 따라서 낯선 여인의 죽음의 방으로는 절대로 들어서지 말 것을 신중히 당부하는 것으로 가르침은 마무리된다(26~27절).
열 한 번째 가르침(8,1~36)
지금까지 아버지를 통해 전달된 메시지는, 8장에서는 좀 다르게 제시된다. 지혜 자신이 하나의 인격적 존재가 되어(지혜의 의인화), 손수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8장은 매우 조직적인 구성을 보여주는데, 1~11절 / 12~21절 / 22~31절 / 32~36절의 4부분으로 구분되고, 처음 세 부분은 모두 22행, 마지막은 11행으로 맞추어져있다. 22라는 숫자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 22는 히브리어 알파벳의 숫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체계적 구도를 통해 8장은, 낯선 여인의 매끄러운 말에 이끌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참 지혜의 말을 들을 것을 대비하여 부각시키고 있다. 지혜는 목청을 높여(8,3~4) 『마음을 깨칠 것』(5절)을 강조한다. 지혜를 사랑하고 찾아야, 지혜 자신도 사랑을 주고 만나줄 것임을 명시한 후(17~21절), 22~31절에서는 지혜와 창조의 관계(지혜의 「신적 속성」)를 암시한다.
주님은 세상 창조 이전에 이미, 모든 것의 「맏이」로 지혜를 만드셨고, 창조 때 함께 동반했음이 명시되고, 마지막에는 지혜를 통해서만 생명을 얻을 수 있고, 지혜를 놓치는 자는 곧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임이 비장한 어조로 선포된다(35~36절).
또 하나의 자기 실종, 간음
21세기 한국 사회는 「바람」이 주가를 올리며 시작된 듯하다. 드라마나 영화가 불륜을 다루지 않은 경우가 드물고, 제목만 봐도 「바람」이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불륜을 결혼이라는 제도로부터의 자유로운 해방, 용기 있는 결단 정도로 보는 풍조가 만연하나 본데, 그러나, 그러한 파행의 끝은 해방도 자유도 아님을, 아니 오히려 또 다른 구속의 연속이며 비참한 자기 실종일 뿐임을 급진적 문화 코드 자체도 허무하게 실토하고 있다.
한 사람의 생을 가장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하는 것은 만남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을 지키려는 눈물, 기도, 희생, 그런 것들 일 수 있다. 정치, 사회, 가정 모든 분야에 「바람난」 이 시대의 혼란과 무기력함 가운데서, 따뜻함과 위로가 소통되는 진정한 사랑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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