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시대와 사회를 대표하는 의식은 남성들에 의해 주도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진리와 이념은, 말이나 이론의 성토가 아니라, 진정한 삶의 소통과 내면적 평화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지식을 참여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여성들에 의해 더욱 잘 실천되어온 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게된다. 그래서일까. 성서와 고대 근동의 신화들은 한결같이 지혜를 「여성적 존재」로 이해하고 있다. 이집트 신화에서 지혜를 대표하는 신으로 등장하는 것은 「마아트」라는 이름의 여신이고, 바빌론 신화 역시 「이슈타르」라는 여신을 지혜의 신으로 소개하고 있다.
히브리어에서도 「지혜」를 의미하는 명사 「호크마」는 여성형으로 되어있고, 대부분의 서양언어 역시 「지혜」에 해당되는 명사를 여성형으로 삼고있다. 이러한 경향은 잠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데, 이번 주에 살펴볼 9장은 잠언 전반부(1~9장)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지혜를 귀부인으로, 우둔함을 어리석은 여인으로 의인화하여 대조시키고 있다.
열두 번째 가르침(9,1~18)
9장은, 귀한 신분의 여성으로 의인화된 「지혜」(1~6절)와 어리석은 여자로 의인화된 「우둔함」(13~18절)의 뚜렷한 대조를 통해, 전반부 전체(1~9장)의 결론을 제시한다. 두 여성의 대조적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선택해야할 길을 제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여인들의 모습 사이에는 현인과 빈정꾼이라는, 또 다른 상반된 존재가 소개되고 있는데(7~12절), 그 부분의 가장 중심에 『지혜의 시작은 주님을 경외함이고, 거룩하신 분을 앎이 곧 깨달음』(10절)이라는 표현을 둠으로써, 9장 전체의 핵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미 첫 부분(1,7)에서 강조된 내용이 결론부분에서 다시금 반복되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잠언의 후반부
잠언 9장의 가르침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잠언 전체의 전반부(1~9장) 내용을 살펴보았다. 전반부가 비교적 체계적 구조를 가지고 서술된 편이라면, 이후 등장하는 후반부(10장~31장)에서는 뚜렷한 주제나 구조가 발견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독립적 성격을 가진 개별 잠언들이 단순한 형태로 모여 있는 것이다. 대신 10,1 22,17 24,23 25,1 30,1 31,1 등에, 각각의 모음집의 제목에 해당되는 표현이 등장함으로써 이 긴 모음집을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1은 이후에 등장할 잠언이 솔로몬에 의한 것임을 제시하고 있고, 22,17 이후부터는 여러 현인들의 잠언이 모여져 있음이 제시되고 있다.
솔로몬의 첫째 잠언(10,1~22,16)
이제 우리는 후반부 모음집의 첫 순서로 「솔로몬의 첫째 잠언집」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부분은 잠언에서 가장 긴 부분으로, 모두 375개나 되는 개별 잠언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별히 10~15장은 「반의적 대구법」의 형식이 두드러지게 사용되고 있는데, 반면 16장부터는 「동의적 대구법」이 자주 발견된다. 「솔로몬의 잠언집」이라는 제목(10,1)은, 이 부분이 솔로몬의 권위 하에 수집된 잠언집임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려는, 후대 편집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미 입문부문에서 언급된 바 있는 내용이다.
10장
10장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아들」과 「우둔한 아들」의 대조는 이미 서론(1~9장)에서 제시된 주제와(지혜로운 여인과 우둔한 여인)의 연속성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특별히 10장은 의인과 악인, 게으름과 부지런함, 지혜로운 입과 어리석은 입, 미움과 사랑 등 주로 대조적인 주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 주제들 중 특별히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입과 혀, 즉 「말」에 대한 것이다(11,19,33절).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음을 각각의 잠언들이 꼼꼼히 가르쳐주고 있다.
가슴이 조각나는 말
무심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심장에는 비수가 되어 꽂힐 때가 있다.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때로는 혀에 의해 가해질 수 있다는 것, 삶을 살면서 꼭 유의해야할 사항 중의 하나이다. 언어적 폭력이든 물리적 폭력이든, 부당하게 받은 폭력은 그 어떤 위안으로도 치유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가슴을 조각나게 할 말은, 내 가슴이 조각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말을 한 사람도, 말을 들은 사람도, 모두 치명적으로 파괴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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