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 서용철(임마누엘.49.인천 상동본당)씨의 인방을 찾았을 때 서씨는 전시장으로 옮길 전각작품을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총수는 5518점. 실제 보지 않고는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숫자다.
각 작품에는 신.구약성서, 외경, 가톨릭성가가 빼곡이 새겨져있었다. 0.5~1cm 정도의 작은 서체로 새겨진 글자수는 신.구약과 외경만도 230만자. 손가락만한 돌부터 어른 팔로 한아름 크기까지 작품형태도 다양하다. 98년 10월 개신교에서 개종한 서씨는 예비신자 교리를 들으며 성서 전각 작업을 시작했다. 우연히 한 성당의 성서필사본 전시회를 본 것이 계기였다.
『제가 파는 도장은 아주 유명했고 고가에 팔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깊이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만학도로 서예와 전각을 배웠지만 93~97년에는 국전 입상 등 20여차례에 걸친 수상기록도 세웠다.
옥돌에 성서를 새길 때는 하루 10시간 이상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을 더했다. 눈이 빠질 듯, 손가락 마디마디가 무너지는 듯 심한 통증에 시달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재료비를 조달하는 일은 더욱 힘겨워 결국 살고있는 아파트까지 팔아 돌을 장만했다.
올 사순시기 동안에는 참회와 감사의 마음으로 완성작들을 다듬었다. 그의 작품들은 4월 11일 예수부활대축일을 시작으로 한달간 용인 가톨리아 백화점에서 선보인다.
『앞으로 전각미술관을 열어 불우한 환경에서 애쓰는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자유롭게 제공하고 작품활동도 돕고 싶습니다』
서씨는 5월이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인방을 접고 강원도 횡성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36평 정도의 작은 공간을 장차 큰 미술관으로 다시 세울 바람을 안고서. ※문의=(031)333-4808~9 가톨릭아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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