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움직이고 사회를 개혁하는 혁명적 힘보다 더 강한 것은, 어쩌면 「소리내어 울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영화를 보면서이다. 성서학자라는 직업적(?) 관점을 떠나, 단순한 관객이 되어 관람한 이 영화는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영화였다. 그 사랑은 「마음놓고 실컷 울지 못하는 사랑」, 「자식 앞에서는 절대로 소리내어 울지 않는 사랑」이었다. 아들의 수난과 부활을 그대로 간직한 성모님의 사랑으로, 모두가 삶과 현실을 새롭게 시작하는 부활절이길 기원해본다.
지난주에 언급한대로 잠언 10장부터의 내용은, 책상 서랍 안의 두서 없는 사물들처럼 그냥 단순히 모아진 것으로 되어있다. 주제를 잡아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기에, 성서를 읽어가면서, 함께 생각하면 좋을 듯한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지면을 진행하고자 한다. 단조롭고 지루할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인내심을 믿고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해본다.
11장
11장은 일할 때 지켜져야 할 기본적 가치들, 즉 정의, 정직, 겸손 등에 대한 것으로 시작된다. 일종의 직업 윤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인데, 「오만은 수치를 결과로 오게 하고, 겸손은 지혜의 산물」임을 제시한 구절이 인상적이다(2절). 3~11절에서는 지금까지 자주 등장했던 선인과 악인의 대조가 「반의적 댓구법」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특히 4절은 생애 최후의 순간, 평가의 근거로 적용되는 것은 쌓아둔 재물이 아니라 자기 생에 대한 정직성, 의(義)임을 경고한다. 익히 알고 있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마는 삶의 진리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상선벌악 주제는 17~31절에서도 계속된다. 특별히 24~25절의 말씀이 눈에 띄는데, 「나눔의 모순」 혹은 「미학」을 잘 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나누어 주라. 믿을 수 없고,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가진 것을 나누었을 때, 그 나눔을 채우고도 남을 큰 보상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베푼 것만큼 내게 돌아온다」는 부메랑적 법칙은, 성서가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삶의 지혜이자 부의 비결인 셈이다.
12장
12장의 초반부에는 이미 언급된 주제들이 다시금 반복되고 있다. 의인과 악인이 대조되고, 훌륭한 아내와 악처가 대조된다. 『훌륭한 아내는 제 남편의 면류관이고, 수치스런 여자는 그 뼈의 염증과 같다』(4절). 지혜로운 부인은 남편에게 면류관을 씌우지만, 어리석은 아내는 남편의 뼈를 갉아먹는 고통스런 존재임이 풍자되고 있는 것이다. 13~23절에는 특별히 「말의 위력」을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에도 언급된 주제로, 혀와 입술은 인체 부위 중 가장 작은 곳이지만, 때로는 더없이 난폭하고 이기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18절 참조). 24~28절에는 의인과 악인의 대조가 다시 등장하는데, 특별히 「길」과 「올바름」이 주제적 모티브로 설정되어 있다. 즉 지혜로운 사람은 남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고 정의를 실천하게 함으로써, 자신 스스로도 생명의 길을 걷게된다는 것이다.
13장
지혜문학의 일반적 주제 「가르침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13장은, 「네페쉬」(혼, 숨)라는 히브리 단어가 반복되는 것으로 2~4절을 구성한다. 의인과 악인(5~6절), 가난한 자와 부자의 대조(7~8절), 가르침에 대한 권고(13~14절)등은 모두 독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주제들이다. 11절에서는 손수 이룩하는 노력만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옴을 강조한다. 음험한 술책과 권모술수는 타인을 속일 수 있을지언정, 자신과 생을 감동시키지는 못한다. 24절은 부모가 지켜야할 「사랑의 패러독스」를 제시한다. 『매를 아끼는 사람은 제 자식을 미워하는 자이고,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벌로 다스린다』.
자식들의 「바른 생활」은 부모들이 책임져야할 확고부동한 현실이며 과제이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매를 들 수 있다는 것인데, 다만 조건이 있다. 체벌의 순간, 부모 역시 제 몫의 공포와 두려움을 함께 느껴야 한다는 것! 성모님의 얼굴이 결코 황폐하거나 고독해 보이지 않던 이유는, 부당한 폭력에도, 인간적 분노에도, 침묵할 만큼의 깊고 강한 아들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의 운명이 혹여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가짜 엄마(?)처럼 지낸 나의 모성을 반성하고, 온전히 아이와 나를 일치시키는 치열한 사랑에 새로운 총력을 기울여봄은 어떨는지…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에 적절한, 은총의 부활시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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