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해가 거듭될수록 가치관 대립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부부 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낀다며 상담을 요청했던 사례였는데 일반가정에서 드러나는 자녀양육문제, 성격문제, 원가족 문제,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각한 신앙문제까지 겹쳐 부부 간의 상호비방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태였다.

결혼생활 십 수 년이 흐르는 동안 부인의 가슴에 쌓인 분노의 감정은 원가족에 대한 남편의 일방적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말하자면 부인이 시어머니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와 언어 및 심리적 폭력 당하고 있는데도 시어머니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로 객관성 잃은 주장과 비논리적 사고로 모든 문제 소유가 부인에게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무조건적인 희생과 수용을 요구해왔던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각자가 경험한 신앙에 대한 가치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잘못된 고정관념들 신앙생활에 더 정통성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따를 것을 요구하는데 있었다. 부인은 본당활동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갖는 체험을 부정하고 꺼려하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조용히 하는 기도, 규칙적으로 참가하는 전례행위, 그리고 가정이 결코 불편을 겪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욕구가 있었다. 반면, 남편은 분위기를 무겁게 하는 촛불,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정해진 기도방식 등에 견디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호 하느님을 자신의 방법으로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의 하느님을 끌어내리려는데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갈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결혼불만족에 대한 척도가 13개 항목으로 나누진 검사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그들에게 보여 주며 갈등의 원인과 서로 받은 상처의 정도 그리고 치료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항목별로 설명을 하자 무척 당혹스러워 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받은 상처만 아프고 힘들다고 여기는데 급급하다 보니 배우자를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며 자신들의 이러한 행동들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특히 신앙은 각자의 체험 즉 신앙공동체 안에서의 상호 교재, 참가, 도덕적 문제를 혼인의 정신적 하나 됨이 가정 안에서 각자가 어떻게 체험하느냐에 따라 부부들의 종교적 견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나의 설명에 무척 공감을 하는 것 같았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이 기도만큼이나 우리의 영성을 거룩하게 만들어 주는 씨줄과 날줄이며 배우자와의 육체적 정신적 하나 됨이 부부의 친밀감을 키우고, 이에 맞는 신앙적 배려가 가족에게 펼쳐질 때 올바른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함께 이야기를 하고, 몇 차례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는 인사말을 듣고서 상담을 종결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