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까지도 신앙을 갖지 않은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생명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에 있어서 조금도 다름없이 반생명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는데에는 무엇보다 세속화된 사회적 가치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금세기처럼 가정이 심하게 위협과 공격을 받고 또 심하게 침식당한 시대도 일찍이 없었다』고 지적했고 『신자들이 언제까지나 어떤 기본 가치의 오염에 감염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으면서 가정문화에 대한 비판적 양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인간다운 가정을 건설하는 데에 능동적인 역군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서울대교구가 실시한 교구 시노드 후속 문헌에서도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가정과 생명 문제의 현실이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는 사회복음화 영역에서 「생명을 경시하도록 부추기는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경향들」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러한 경향들로 인해 신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의식에서 생명의 가치가 상대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교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실태는 실제적인 생활을 매우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즉 인간의 품위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실제로 있었으며, 우리 나라의 뿌리깊은 남아 선호 사상과 「현명한」 삶이라는 미명으로 태아 진단,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치솟는 사교육비 등을 반영하듯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낙태를 하는 사례는 더 이상 낮선 것이 아니다. 더욱이 생명윤리법 입법 과정에서도 잘 보여주듯이 생명공학적 사고로 인간을 물질화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러한 반생명적인 풍토 속에서 이기심과 쾌락주의, 편리와 유용함에 치우친 가치관은 결국 교회 안에서의 미진한 생명 교육과 취약한 실천 노력의 틈을 비집고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도 죽음의 문화로 침투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이러한 상대주의적 가치관을 극복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신앙 실천의 소명으로 받아들여 구체적인 자기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교육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한다. 앞서 지적한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문헌에서도 「생명 존중 교육」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실종된 하느님 의식과 인간 의식을 되찾고 그럼으로써 우리 스스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 의식으로 철저히 무장할 수 있도록 생명 존중 교육에 적극 힘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교회의 생명 수호에 대한 의지와 가르침은 분명하다. 그것은 시류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거나, 세태가 변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그러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치고, 삶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수용의 자세를 키워줄 수 있는 사목적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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