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회의의 미래 지향성
사목회의의 미래 지향성, 즉 선교 3백년대의 교회상을 표방한 면도 여기서 언급하고 싶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발표한 「제3천년기」의 핵심 부분을 한국천주교 200주년 전국사목회의 의안들에 벌써 거의 다 포함시켰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 점에 있어 우리 교회의 초대 순교 선열들이 벌써 놀라운 토착화의 미래상을 제시했던 것처럼 사목회의 의안은 전세계 교회에서도 멀리 앞서 갔으며, 현재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제안 부분들도 금세기내에 또는 적어도 다음 세기 내에는 다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아직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의안집을 각국어로 번역하지 못한 일이다. 전세계에 의안들을 알려 한국교회의 위상도 높이고 또 그 좋은 내용으로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에 공헌할 바도 크다고 생각했고 이 작업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밖에서 가톨릭을 어떻게 보는가를 사회조사나 기타 연구방법으로 사목회의의 주요 과제로 삼고 싶었지만, 사목회의가 성급하게 무슨 일시적 효과를 노리는 행사처럼 마무리 되는 바람에 시작도 못해 본 것이다.
각 분과에서 제안한 것들 중에는 곧바로 해야 할 것도 많았지만 어떤 것은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것들이어서 선교 3백년대, 즉 삼천년대에 이뤄질 예언적인 것들도 있었다. 사목회의의 열매를 맺기 위해 실천과정의 완급 그리고 세계교회와의 관계 등을 분석 연구할 연구소 개설을 요구했지만 그것 또한 무위로 돌아갔다.
다만 필자가 담당하고 있던 평신도 의안 만큼은 영역하여 교황청평의회를 방문, 영역본을 주었다. 우리는 언어 관계로 세계와 소통하지 못해 폐쇄적이어서 모처럼 좋은 일을 하고도 세계에 공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목회의가 그 대표적 예가 됐다.
종합대학에서의 신학생 양성
사목회의 후 20년 동안 몇몇 교구에서 시노드로 사목활성화를 시도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 사목회의와의 좀더 긴밀한 연대선상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한국만큼 성소가 많은 나라는 없다. 대구대교구는 신학교 경영에 있어 1990년 바티칸에서 제8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의 의견을 수렴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현대 세계의 사제 양성」(1992) 교서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제양성은 사목회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으며 나는 제8차 세계주교대의원회 때 동양을 대표해 전문위원으로서 「종합 대학 안에서의 신학생 양성」이란 제목으로 20분간 발표했다. 그 핵심은 평신도와 같이 양성되어야 할 사제상이었으며 신학생들의 마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1~2년 영성의 해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자신의 생각이기 보다 사목회의를 하는 동안의 확신이었다. 그전부터도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60년대 후반부터 서울 대신학교를 개방하여 수도자와 평신도의 청강과 정식 입학을 허락했던 경험이 밑받침한 것이었다. 문제의 핵심과 중대성은 평신도와 신학생이 종합대학 안에서 같이 교육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것은 또한 사목회의 의안에서 평신도와 사제가 같이 하는 교회상의 구현이었다.
인천교구는 자기 교구 사목 및 양성과 동시에 북한과 중국선교를 지향하는 신학생 교육을 하고 있기에 아주 훌륭한 시대적 사명 수행으로 생각한다. 인천교구 시노드는 200주년 사목회의와의 연결을 모색하여 교구 시노드 준비 중 사목회의에 대한 강의도 듣는 등 진지성을 보였다.
서울 대신학교는 사제양성으로 한국교회의 뿌리역할을 해온 신학교여서 그 역사적 향기를 높이 사야할 것이며 본인의 모교이며 30년이란 활동적 사제생활 거의 전부를 바친 곳이기에 남다른 감회를 갖게 하는 신학교이다. 교구 시노드에서 이 시대적 징표 식별과 미래지향성에 있어 괄목할 만한 자족을 남긴 교구는 수원교구 시노드로 생각된다.
새로운 인류문화 지향
세계의 흐름은 문화 충돌의 와중에 있다. 종교문화를 밑바닥에 깔고 여러 요인들이 복합되어 일어나는 내분, 힘의 논리, 폭력, 전쟁, 착취 등이 고조되고 충돌하는 것이 바로 현금 세계 도처의 사태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창조경륜 실현을 위한 몸부림으로 생각된다. 이 사태들은 가톨릭교회를 선두로 세계 종교들, 인류의 양식과 문화가 서로 융합하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인류 공통의 문화 창출과 새로운 인간 삶의 갈망에로 인류를 이끌어 가는 기운임이 역력하다.
우선 급한 것은 식민지 후 시기에 인류 양식에서 분출하는 동서문화의 융합 움직임이다. 이는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며 특히 동양문화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과 존중은 전성기를 맞은 듯 하다.
필자는 70년대 중반부터 이런 문화적 흐름이 새로운 천년대의 인류 삶의 중심이 될 것을 예측하였기 때문에 사목회의에서도 그 큰 흐름을 우선 민족문화 창달이라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그 후로는 계속 동서문화의 융합과 새로운 인류공통문화 창출을 국내, 국제회의에서 제창하여 큰 공감을 얻었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시의 2020 대개조 문제와 명동성당 경내 개발 문제와 관련해 문화와 예술 특히 젊은이들의 문화와 예술의 문제를 제기하여 종교의 뒷받침을 받는 문화와 예술의 역사(役事)가 아니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한국교회는 이런 점에 있어 이해가 극히 초보단계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선조들을 생각할 때 부끄럽기조차하다. 앞으로 동양에서 가톨릭의 중심은 싫건 좋건 한국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앞으로 요구될 가톨릭문화와 예술 요청에 응답해야 할 중대한 의무를 지는 것이기에 이런 미래지향적인 사명을 완수할 준비를 갖추어 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사목회의가 지향한 한국교회 3백년대 다시 말해 3천년대의 소명인 것이다.
동양문화와 가톨릭교회
우리는 여기서 아시아의 종교 문화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의 후속 문헌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아시아 교회」(1999)에 유념하게 된다. 본래 이 회의의 줄거리는 다른 회의에서처럼 교황청에서 시달된 것이었으나, 일본 주교단의 강력한 건의로 그 스케마가 전례 없이 바뀌었다는 말을 전 동경대교구장 시라야나기 추기경으로부터 들은 바 있다.
시라야나기 추기경은 어떤 일본 문인 평신도와의 대화 중에 그 문인으로부터 자기는 전통적인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고 교육받았는데도 가톨릭교리와 신앙생활은 외국의 옷을 빌려 입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데서 문화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착안, 아시아 문화 문제를 일본의 유수한 가톨릭계 대학의 연구소에 의뢰하여 교황청과 끈질긴 교섭 끝에 아시아 주교대의원회의 스케마의 기저로 바꾸어 동양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안건으로 다루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교황님은 「미흡하지만」이란 단서를 부치기는 했지만 동양문화를 상당히 폭넓게 언급하여 그런 토양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 선교사업의 지침을 내리고 있다.
사목회의와 토착문화
사목회의는 1980년초에 벌써 모든 의안 밑바탕에 토착문화와의 만남의 기초 위에서 의안 작성에 임했다. 의안에 따라 강약, 짙고 옅음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의안의 기저에는 일관되게 토착화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평신도 의안에 전통문화와의 대담한 만남은 이론적 시도를 곁들여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멀리 앞서 갔을 뿐만 아니라 선도적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신도, 성직자들이 애써 멀리 앞질러 이루어 놓은 사목적 큰 업적이 있으면서도, 그것이 이 땅에서도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아 씁쓸한 심정이다.
그 후 「한국 그리스도 사상연구소」(소장=심상태 신부)의 토착화 문화 연구는 괄목할 만한 연구실적을 쌓았다. 신학연구소 다운 연구소, 사목연구소 다운 연구소 설립과 연구들의 교계에 의한 효과적인 활용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동안은 사목활동 일변도로 정신없이 바빴던 교회였지만 앞으로는 학자 주교님들도 여러분이 계시니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성숙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한국교회의 법전 편찬이 정진석 대주교님 주도하에 곧 착수될 것이라 하니 그것 또한 세계교회에서 특히 선교지방에서는 초유의 쾌거이다.
그러기에 그 법전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고귀한 선물인 자발성과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유연성을 지닌 3천년대의 법전이 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사목회의를 이끌어주신 주교단과 특히 위원장 박정일 주교님, 그리고 뒤에서 소리없이 그러나 폭넓은 안목과 지칠 줄 모르는 끈기로써 사목회의를 적극 후원해준 당시 C.C.K. 사무총장 정은규 신부(현 몬시뇰)님에게 감사드리며 같이 수고해준 분과위원장님들과 약 180명에 달하는 중앙의 전문위원님들과 협조자 분들, 그리고 교구나 수도회, 평신도 단체들에서 알게 모르게 애써주신 수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총으로 모든 분을 풍성히 축복해주시기를 기도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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