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옮기거나 학년이 바뀔 때마다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5학년 한 남학생의 사례다.
부모와 일년 넘게 상담을 진행해오면서 요즘 들어 점차 아이가 변화하고 있으므로 현재 가해를 하고 있는 아이만 해결되면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갈 것이라며 그 가해 아이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들려주었다.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그냥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일후 그 피해부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 가해 아이로 인해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썼는데 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몰려가는지 혼란스럽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가해 아이는 학원과 학교에서 자신의 자녀를 때리고 놀리며 물건을 빼앗아 숨기거나, 심지어 집 앞까지 따라와 자신 앞에서 도둑으로 몰아세우는 그릇된 행동을 하면서도 너무나 당당한 태도와 표정을 지었다고.
이를보고 그 피해부모가 몇 번 그 애를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어른이라 참았다고 해 그 문제로 가해 부모들과 얽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많은 경우 가해 아이들의 심리와 피해를 당하는 아이들의 심리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나 부정적 기대 또는 자녀가 잘못할 때마다 처벌을 받은 경험이 많았다면, 긍정적인 행위를 통해 문제를 직면하는 용기를 잃어버리고 아이들에게 손쉽게 열려진 부정적 접근방식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왜곡된 사고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자녀 삶 안에서 기를 꺾는 당사자가 부모일 경우 자녀의 자기 존중감을 낮게 만들고 그로 인해 자녀는 낙심하면서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되는데, 이 때 자녀의 숨겨진 욕구에 따라 물러서기를 하느냐 앙갚음하느냐에 따라 가해와 피해로 나뉜다.
사실 자녀가 집단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좌절과 분노의 감정이 앞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해결책을 찾으려는 욕구가 더 지배적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 소유가 부모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위 사례에서처럼 자녀의 따돌림이 부모의 독선과 완벽주의로 인해 자기 존중감이 낮아지고 또 용기가 부족한데서 오는 물러서기가 또래 간에 놀림감이 될 수 있는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가해 아이들의 문제행동에만 초점을 맞춰 학교 선생님과 상담자를 찾아다니며 처벌을 요구한다면 결국 자녀의 집단따돌림은 또 다른 아이로부터 또 다른 유형으로 다시 발생한다는 점을 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날 신자 가정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하느님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부모들의 작은 교회 기능』을 상실한데 있다.
즉 부모 스스로 작은 교회의 전통적인 보호 장치를 탈피해 가고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생존하는데 필요한 기술들을 부모-자녀 간에 인격적 교류로 여기기 때문에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괴리에서 오는 삶의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녀의 가치관을 하느님을 향해 열어줄 때 부모의 작은 교회 역할이 지혜로운 영성으로 스며들고 자신들을 위협하는 상처와 고통들을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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