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말에 「떠나는 것은 죽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처럼 교황대사로서 작별의 시간은 고통일 수 있습니다. 아쉬움의 눈물이 없을 수 없으나 마음 깊숙한 곳에 이를 감추겠습니다. 인간적인 면에서 한국교회 한국 신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욱 「사제」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인간적 문화적 풍요로움 등 여러 가지로 제가 드린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8대 주한 교황대사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4월 28일 한국을 떠나는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는 『정이 많고 표현이 풍부한 사람들』로 한국인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면서 『말로써 뿐만 아니라 손한번 잡아 주는 모습에서도 전심으로 기꺼이 교황 성하의 대리자로 대접해 주었던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바오로 6세때 외교관 생활을 시작, 40년 가까운 세월을 교황청 사절로 지내온 모란디니 대주교에게 한국은 아시아 지역 첫 임지. 또한 함께 대희년을 준비하고 새천년기의 개막을 맞았던 부임지로도 인상에 남을 듯 했다.
『한국은 순교자의 교회며 평신도의 교회고 하느님 백성의 교회입니다. 그리고 친교를 이루는 가운데 성숙되면서도 완벽한, 또한 언제든지 행동으로 추진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갖춘 「능력화된 교회」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란디니 대주교는 그런 면에서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한국교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이미 주교회의를 비롯 남한의 여러 사제들이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민족 화해 문제는 그리스도교적 영신적 의미에서의 「한국의 일치」 작업 이라는 면을 염두에 두어야 할것』이라고 말하고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져온 중국도 누구보다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할 지역』이라면서 『민감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주님이 어떤 모양으로든 바람직한 방향으로 새로운 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실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일본과 관련해서는 『그야말로 가톨릭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할 지역』이라고 의견을 밝힌 모란디니 대주교는 『역사적 배경으로 인한 「증오」「미움」을 복음적 힘을 통해 형제적 사랑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양국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리스도안의 일치를 이루는 작업을 시도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대주교는 그 일에 있어 한국교회가 먼저 훌륭한 모범을 보이길 청한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또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몽골교회는 한국교회가 손을 잡고 이끌어야할 교회입니다. 현재 대전교구를 비롯 한국 여자 수도자들이 몽골 국민들을 위해 헌신적 노력을 보이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모란디니 대주교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등 전 세계를 향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교회 모습에 대해 『교황성하께서 원하시는 「만인을 향해 열린 교회」로 성장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면서 『그같은 노력을 지켜보고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에 크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신자들이 지닌 영적인 풍요로움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특별함」입니다. 선량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 영적인 풍요로움은 한국인의 풍부한 인간성과 윤리 도덕적 자산들 안에서 가톨릭시즘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이 지닌 신앙적 원동력을 이렇게 풀이한 모란디니 대주교는 동시에 보다 큰 성장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보는 「위기」는 한국교회,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가치와 서양적 삶과 양식이 만나면서 겪는 갈등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볼 때 전통적 가치를 잘 살리고 보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고 더불어 그리스도께로부터 다시 출발하는, 「새천년에 사도 행전의 교회」를 다시 체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통일된 한국의 「금강산」에서 주교단과 모든 신자들과 함께 남북 화해를 이루게 해주신 은총에 감사드리는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는 말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모란디니 대주교는 『순교 성인들의 묘소도 다시 찾고 싶은 장소』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임지 시리아에 대해 『바오로의 조국이며 회개한 종교적 전통이 풍부한 곳으로 현재 서로 다른 전례가 6개나 존재하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또한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듯 많은 이들이 어려운 임지로 떠난다고 걱정을 하는데 「군인」이 상부 결정에 순명하는 심정』이라며 『한국 신자들이 기도를 약속한 만큼 그 기도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갖고 새 임지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모란디니 대주교는 4월 28일 오후 1시 5분발 알리딸리아 항공편으로 일단 로마로 출국한 후 시리아에 부임할 예정이다.
■ 명동성당서 이임미사 봉헌
지난 1997년 9월 12일 제 8대 주한 교황대사로 부임, 만 7년 동안 교황좌를 대신하며 교황청과 한국 교회의 친선 관계를 증진시키고 보편 교회안에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조반디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가 4월 18일 오후 7시 명동대성당에서 송별미사를 봉헌,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공식적인 이별의 인사를 고했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등 20명의 주교단과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및 각 수도회,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주례로 봉헌됐으며 미사후에는 주교단 수도자 평신도들의 이별 메시지가 담긴 환송식이 마련됐다. 명동본당측의 꽃다발 증정으로 시작된 이날 환송식에서 주교단은 한국 전통 필기구 세트를, 문화관광부 오지철 (니꼴라스) 차관은 동양화 족자를 교황대사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이어서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는 주교단을 대표한 환송사를 통해 『주님안에 하나되어 서로 기도하고, 소중하고 오랜 벗으로 인연을 이어가기 바라며 처음 한국에 오셨을 때 「한국을 통해 문화적 정신적 종교적 교회적인 면에서 비어있던 공간을 채워나갈 것」이라 하신 말씀을 기억하면서 부디 그 소망이 이뤄졌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상임위원 김숙희 수녀(성심회)가 수도자들을 대표, 『항상 중요 교회행사 참석을 빼놓지 않으셨던 친근한 미소의 대사님께 이별의 섭섭함을 기도로 대신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으며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손병두(요한 보스코) 회장은 『비록 몸은 떠나도 깊은 애정과 배려는 여전히 한국에 남겨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교황대사는 『그리스도인들의 빠스카 삶은 초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모범으로 한 사도행전의 그것이며 바로 그러한 축원과 기억을 여러분에게 남기고 싶다』고 밝히고 『특히 이것을 주교직을 수행하는 주교단에게 맡겨 드리며 이는 복되신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한국교회가 축복을 받는 가운데 계속해 나가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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