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느날 대죄를 지었는데, 고해성사를 볼 때마다 그 죄는 빼고 나머지 죄들만 고백하고 나오곤 합니다. 물론,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에 대하여도 사해주라며 고해성사 끝에 하긴 했지만, 결국 죄를 숨긴 것 같아 죄책감마저 듭니다. 다음번엔 고백해야지 하면서도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러다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하는것은 아닌지, 성당에 나가는 것이 죄를 짓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괴롭습니다. 용서받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A. 부끄럽다는 이름의 고백회피는 또 하나의 핑계입니다. 모고해는 모령성체로 연결되기 때문에 심각한 죄입니다. 죄는 부끄러움을 심어주고 열매는 뻔뻔스러움과 불경으로 드러납니다. 통회는 하는데 그 죄를 고백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통회를 잘못 이해한 것이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통회는 온전한 고백을 통해서 확인되고 완성됩니다.
외과의사가 언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썩어가는 부위는 도려내야 새 살이 돋아납니다』 고백은 용서를 창출(創出)합니다. 또한 죄를 지었다고 지적해 주는 것과 그것으로 인해 단죄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죄를 묵인하는 데에 하느님의 자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에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너희는 못하는 짓이 없었다』(예레 3, 4~5)라는 외침이 딱 드러맞는 시대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입니다. 죄를 묵인한다고 생각한다면 하느님을 잘못 이해하고 있고 또 다른 우상숭배에 빠집니다. 부끄럽다는 이름으로 주저하는 것은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나를 병들게 하는 죄를 가슴에 품고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그것을 도려내야 합니다. 도려냄으로써 새살을 돋게 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고해성사입니다. 또 죄를 지으면 또 고백하십시오. 다만 내가 지은 죄가 성서에 비추어 보았을 때 중죄인데 그 죄는 별거 아닌 죄라고 지도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입니다.
『어떻든, 그분들은 내가 지은 소죄는 아무 잘못도 아니라 하였고 중한 죄는 하찮은 잘못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일은 나에게 막대한 해를 끼쳤습니다』(대 데레사 성녀, 천주 자비의 글, 제5장, 37쪽)
[신앙상담] 대죄 지었지만 성사때 빼고 고백
부끄럽다는 이유로 고백회피함은 무죄
주저말고 고백해야
발행일2004-04-25 [제2395호,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