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대축일을 며칠 앞둔 어느날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 자리한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후원회에 날아든 한 통의 편지. 4750만원을 송금했다는 내용과 함께 편지 주인공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 성금은 잠비아의 에이즈 병원에 꼭 필요한 의료장비 구입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던 수녀들의 기도에 대한 놀라운 응답이었다. 가톨릭신문이 도착하면 가장 먼저 도움호소란부터 본다는 박인진(사비나·35·대구 계산본당)씨의 따뜻한 마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가톨릭신문을 보면서 가난과 질병, 굶주림, 그리고 사랑의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참으로 많이 접하게 됩니다.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안일만 하다보니 나눔을 가져야 할 이웃은 가톨릭신문을 보고서만 알 수 있습니다.
잠비아 외에도 수많은 가난한 나라, 가난한 가정이 있다는 것은 압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독 제가 잠비아에 관심을 가진 까닭은 잠비아가 지구상에서, 가난한 나라들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사실에서였습니다.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34살이라는 얘기에 가슴이 아팠고 굶주림과 에이즈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제 가슴을 치고 싶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제 조그만 정성이 그들에게 사랑의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가정 형편상 그리고 제가 희망을 가지지 못해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중도 포기하고 도시의 공장에서 10여년을 일해서 모은 돈이지만 그들을 위해 쓴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성을 보태게 됐습니다.
요즘 3D 업종이라는 말을 하는데 제가 일했던 데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숨쉬기도 싫을 정도로 탁한 공기 속의 염색공장과 시끄러운 소리만 가득한 음료수 공장.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기계에 손이 끼여 손가락이 절단된 경우도 있었고 팔의 살점이 떨어져나간 사람, 손목이 부러진 친구…. 그런 가운데 모은 돈이라서 남편은 「그 돈 보태서 전세나 면하지」 하면서 서운해합니다만 저는 다른 가족들도 곧 저를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서부터 기도 중에 주님께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남에게 돌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왔습니다. 제가 가진 조그만 것에 연연해하기 보다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수없이 마음을 다져왔습니다.
더 많이 돕고 싶지만 제 힘이 모자라기에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가 딛고 서있는 이 자리에서 가정과 아기를 사랑으로 돌보며 하느님 사랑을 하나하나 기워 갚아 나가겠사오니 수녀님들은 먼 곳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제가 펼치지 못하는 사랑을 펼쳐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기도 중에 늘 수녀님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도움이 될 만한 제 몫을 찾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잠비아에 주님의 평화가 있기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