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잘 체하는 편인데, 일이 많거나 부담으로 느껴질 때는 더 자주 체한다. 아니, 일 때문에 체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주체적 노력이 노동의 진정한 가치일진데, 일 때문에 아프다거나 삶을 팔아야할 때가 있다면, 누구한테 가서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다. 스스로 자초한 고달픔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최고가 되고자하는 욕심, 그로 인한 완고한 자기 폭력이, 가장 헷갈리는, 그래서 가장 위험한 어리석음임을 이번 주 잠언은 잘 가르쳐주고 있다.
16장
16장은 이전에 등장했던 잠언들과는 현저히 비교되는 주제, 「주님」(야훼)과 「왕」에 대한 내용으로 상당부분을 할애한다(1~15절). 이는 편집자에 의해 의도된 것이라 추정되는데, 「솔로몬 잠언집」의 중간이라는 위치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16장에, 「왕」에 대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특별히 1~7절은 「야훼 경구」라고도 불리는데, 뚜렷이 야훼라는 이름이 강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1절에서 저자는 인간 지혜의 한계와 이와 대비되는 하느님의 지혜를 대비시킨다. 『마음의 계획은 인간이』하지만, 그 대답은 『주님께로부터 온다』고 명시함으로써, 모든 일의 성패는 전적으로 하느님에 의해 결정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9절도 참조). 이러한 맥락에서 잠언의 저자는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기라』고 권고한다(3~4절). 10~15절에서는 이상적인 통치자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후반부인 16~33절에서는 현명한 행동에 대한 내용이 이어져 있다. 특별히 「분노」와 「짜증」은 지혜를 해치는 가장 위험한 요소임이 제시되어 있다(32절). 「화」는 「화(禍)」인 것이다. 마지막 구절인 33절에는 모든 일의 결과를 결정해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라는 언급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17장
17장 역시 기발한 내용의 잠언들로 가득 차 있다. 「가정」과 관련된 이야기가 서두에 등장하는데, 매일 잔치가 벌어져 타인의 부러움을 한껏 받는 가정이라 해도, 혐오와 불화가 그 가정의 분위기라면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1절). 지혜로운 처신을 하는 종이 있다면, 바보 같은 아들(상속자)을 제치고서 유산을 물려받는다는 경고도 이어진다(2절). 21~25절에는 우둔한 자식을 둔 부모들의 상심이 표현되어있다. 「우둔함」은 17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라 할 수 있는데(10, 12, 16, 21, 24절) 특별히 12절은 우둔한 사람과의 만남 자체가 곧 「재앙」임을 명쾌히 표현해 주고있다. 『새끼 잃은 곰과 마주칠지언정 미련함을 고집하는 바보를 만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새끼 잃은 곰의 난폭성은 구약성서가 자주 사용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2사무 17,8아모 5,19).
17절은 친구와 형제의 존재론적 의미를, 동의적 대구법을 통해 제시한다. 『친구란 언제나 사랑해주는 이이고, 형제란 딱한 때에 도우려 태어난 이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도와주는 것이 인간 고유의 본분임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0절에는 행복의 비결이 제시된다. 『마음이 빗나간 자는 행복을 얻을 수 없고 그 혀가 비틀린 자는 불행 속에 빠진다』. 17장의 마지막에는 지혜로울 수 있는 비결이 제시되고 있는데, 잠언이 제시한 해답은 바로 「침묵」이다. 『미련한 자도 잠잠하면 지혜로워 보이고, 입술을 닫고 있으면 슬기로워 보이』기 때문이다(28절).
18장
한 사람이 모든 이로부터 소외되는 원인을 밝혀주는 것으로 18장은 시작된다. 제 욕심만 찾고 충고를 거슬러 싸움을 시작할 때 소외라는 고통은 시작된다(1절). 「어리석음」이란, 이렇듯 자기 생각만을 관철시키려하는 무서운 완고함이며 아집을 말한다(2절). 18장에는 주로 「말」에 대한 주의가 다시 강조되고 있고(4, 6~8, 13, 20~21절 등), 12절은 모든 실패(파멸)의 원인을 규정해주고 있어 주목을 끈다. 실패의 원인은 하나, 「오만」이라는 함정이다.
비극에로의 천착
「재산과 권력이 나를 부유하게 해 주었는가?」와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나?」는 결코 동일한 의미의 질문은 아닐 것이다. 파멸의 원인을 「오만」(18,12), 혹은 「마음의 빗나감」(17,20)으로 분석한 잠언의 가르침처럼, 비뚤어진 욕망과 턱없는 과대망상은 한 사람을 비극에로 천착시킨다. 험한 세상 사는데 도움되는 진정한 힘은, 생에 대한 겸손과 정직이라는 것을, 고통스러웠기에 독하고 이기적일 수밖에 없이 살아온 분들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나 역시 그렇게 살수밖에 없던 시절을 알고 있음을 기억하고 고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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