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나강좌 때 일이었다. 자신은 비신자라서 강좌를 들어야할 이유가 없다며 오전 강의 하나를 듣고 막무가내로 수료증을 달라고 요구를 해 왔다.
불쾌한 표정과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가나강좌를 들어야 성당에서 결혼할 수 있다며 강제로 교육에 참여시킨 장모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과 배우자의 오랜 냉담에 조롱을 보내며 어차피 강좌를 들어봐야 천주교에서 하는 교육 뻔한 내용이 아니냐며 배우자와 더 이상 싸우기도 싫고 수료증만 주면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신청서 작성 때부터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신경이 쓰였지만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 좀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남자 혼자 돌아가는 것으로 두 사람은 싸움을 끝낸 모양이었다.
화난 감정을 충분히 읽어 주고 이렇게 어려운 시간을 내서 한 시간이라도 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강좌 교육 내용과 많은 사람들이 이 교육을 듣고 보여준 호응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참석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주자 조금 생각해 보고 다시 오겠다며 되돌아갔다. 결국 강좌를 다 듣고 미안하다는 말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대구대교구 가나강좌가 38년이 경과하면서 횟수로 329차를 맞이한다.
여러 해 가나강좌를 진행하고 강의를 하면서 혼인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에게 느낄 수 있었던 몇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첫째 당사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라 부모들의 요구에 의한 강제적인 참여라는 점, 둘째 가나수료증은 단지 본당제출용으로 생각하고 교육에 참가한다는 점이며, 셋째 비신자 수가 40~50%로 점점 확대되어 감과 동시에 나머지 절반 중 60~70%가 장기간 냉담자라는 점이다.
오늘날 혼인을 위해 교회로 다가오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회는 단지 혼인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혼인성사를 통해 젊은이들이 교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열심히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젊은이들은 혼인 후 자신들이 교회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해 또 다시 교회를 떠나게 된다.
신앙의 성숙은 단순히 우리가 어린이로 혹은 성인으로서 배우는 하느님에 관한 지식만이 아니다. 사랑에 빠질 때, 혼인을 할 때, 아이를 가질 때, 부모 중 한 분을 잃을 때와 같은 중요한 순간에 하느님의 움직임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혼률이 가장 높은 시기가 혼인 후 5년 이하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혼인준비나 유아세례를 통해 젊은 부부가 돌아오면 그들과 계속적인 유대를 가지고 그들이 교회에 머물도록 도와야한다.
대구 가정사목에서 혼인 전 프로그램과 혼인 후 5년 이하 젊은 부부를 돕기 위해 많은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지만 가정에서의 혼인 준비역할에 온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는 변화와 더불어 본당에서도 혼인을 지원하고 혼인을 풍요롭게 하는 프로그램에 젊은 부부를 참여시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