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 옥암동 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던 신현미(세실리아.35.광주대교구 하당본당)씨. 동갑내기 남편 스테파노와 열살, 여섯 살 남매를 키우며 부유하진 못해도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갔다. 작년에는 십 년 동안 모은 돈으로 그렇게 고대하던 집도 얻었다.
하지만 올해 1월 20일 예기치 못했던 화마(火魔)가 신씨 가족을 덮쳤다.
페인트칠을 위해 집안에 놓아 둔 시너에 불이 붙은 것. 겉잡을 수 없이 번진 불에 신씨는 온 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생명이 위독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했던 신씨는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세 차례 수술을 받고 지금은 어느 정도 호흡 할 수 있는 상태까지 호전됐다.
하지만 얼굴을 비롯해 몸 전체에 화상을 입어 몇 차례 더 수술을 해야 한다. 게다가 양 손은 뭉그러져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 상황이다.
남편을 대신해 신씨를 돌보고 있는 신씨의 어머니 이복술(막달레나·65)씨는 중환자실 침상에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메인다. 독한 항생제 때문에 신씨는 가족들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누구보다도 밝고 명랑해서 시장에서도 칭찬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우리 집이 생겼다고 좋아했었는데』
온몸을 붕대로 감은 딸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어머니 이씨는 다시 눈물을 쏟는다.
불을 끄던 남편 역시 양손에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나날이 불어나는 치료비를 위해 과일장사를 그만 둘 수 없었다.
신씨의 남편은 현재 아이들을 돌보며 목포에서 과일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단란했던 한 가정이 순식간에 일어난 화재로 생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다.
신씨의 치료비는 한달 평균 1000여 만원. 집까지 처분했지만, 과일장사를 해 모은 돈으로는 치료비 감당하기가 버겁다. 중화상을 극복하며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 신씨에게 감사하면서도 밀린 치료비 2천여 만원을 생각하면 가족들은 앞날이 캄캄하다.
『손녀가 「엄마 얼굴 보기 무서워도 그래도 우리 엄마잖아요. 난 괜찮아요」라고 말해요. 붕대로 감은 엄마 얼굴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할미 품에 안겨 그렇게 말하는 데... 제가 아무 것도 해 줄 게 없네요』
10여분간의 짧은 면회를 마치고 병실을 나서는 이씨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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