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한국교회는 20년 전, 공의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선교 2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참된 성숙, 토착화의 과제, 그리고 민족 복음화를 위한 미래 선교 대책의 수립을 위해 전국 차원의 사목회의를 개최했다. 이 사목회의는 「순교의 200년대를 보내고 증거의 300년대를 향해 떠나기 위한 준비」로서 한국교회가 내적, 외적으로 쇄신될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려는 시도였다.
더욱이 사목회의는 20년 전에 개최된 회의지만, 그 전망과 방향은 지금도 역시 유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심상태 신부(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는 『변화된 사회 안에서도 의안의 내용과 제안들은 현실적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제삼천년기」에서 개별교회들이 실현할 것을 촉구한 내용에 해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목회의가 끝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교회는 이 문헌에 대한 진지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지 못했으며, 의안의 여러 제안들이 교회 당국에 의해 수렴돼 교회 시책에 적극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교구 부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최근 가톨릭신문이 마련한 좌담회에서 『의안 실천을 위해 교구, 본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공의회 정신대로 살겠다는 정신과 의지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같은 좌담회에서 심상태 신부는 더욱 강경한 어조로 사목회의 폐막 이후 교회 당국의 자세에 대해 실망감을 피력하고 『교회 당국자와 구성원들이 함께 반성하면서 사목회의의 목적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첫째, 사목회의의 문제 의식과 제안들은 여전히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유효하며 제삼천년기 한국교회의 사목 방향에 중대한 시사점들을 주고있다. 둘째, 의안 내용들이 이후 한국교회 사목방향 모색에 일부 포함, 적용됐다고 해도 그 범위와 깊이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미흡하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사목회의 개최 20주년을 맞아, 사목회의가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며, 그 제안들이 어떻게 적용되어왔는지를 검토하고 산적한 사목적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바를 성찰하는 것은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질 것이다.
▨ 당시 한국 사회와 교회
현대교회의 사목 방향을 결정지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세계 지역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교회 역시 공의회 이후 다방면의 쇄신과 변화를 시도해왔다.
공의회를 통해 친교의 공동체로서의 신원을 새롭게 발견했으며 거룩함을 향한 보편적 소명을 재확인하고 교회 삶의 원천인 전례 개혁을 추진했다.
다양한 성소와 소명들을 촉진하고, 그리스도교 일치, 타종교와의 대화, 전통 문화, 종교 자유, 양심의 존엄성, 사회 참여 등등 모든 분야에서 공의회 문헌들에 표명된 지침에 따라 쇄신과 민족 복음화의 소명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사목회의는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특별히 선교 200주년을 맞아 개최됐다.
한편 사목회의가 개최되던 80년대는 폭압적 정권 하에서 모든 기본권이 박탈당한 채 민주화와 자유를 갈구하던 암울한 시기였다. 하지만 이 시기는 교회가 민족과 세상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던 때이기도 했다. 이러한 교회의 잠재력은 60년대말부터 70년대를 거치면서 정의 구현에 앞장선 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공의회 이후 전환기에 처한 자신의 입장을 확인하고 쇄신과 봉사의 자세를 다지기 시작한 교회는, 사회정의실현에 눈뜨고 민족과 사회를 위한 봉사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으며 80년대 광주의 비극을 통해 민주화 투쟁의 시대적 징표를 읽기 시작했다. 모든 자유를 극도로 제한받고 있었던 국민들, 특히 젊은이와 지성인들은 민주화의 성역으로 등장한 한국 천주교에 큰 호감을 갖고 있었으며 이는 교세 증가로 나타났다.
바로 그러한 때 사목회의가 개최됐고, 「이땅에 빛을」이라는 구호 아래 개최된 사목회의의 취지는 암울한 사회 속에서 빛의 세상을 갈구하던 국민들의 염원과 부합했기에, 교회 구성원들은 각별한 열의로 사목회의에 참여했으며 일반 국민들도 비상한 관심으로 지켜봤다.
▨ 사목회의의 의의와 목적
사목회의 의안은 첫머리에서 그 의의와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목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온 교회와 세계에 대하여 한 바와 같이 안으로는 성령으로 충만한 교회의 새로워진 모습을 지향하고 밖으로는 온 겨레에게 그리스도의 빛과 생명을 유감없이 전하여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려는 것이었다.
특히 사목회의는 온 교회와 더불어 이 땅에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하여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데 이바지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사목회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에 각별히 유의했다.
1) 이미 알려진 신앙의 원리 원칙에 충실하면서 구체적, 실천 가능한 목표와 방법을 연구 검토해 한국교회의 참된 성숙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목적 회의가 되도록 노력한다.
2) 보편적 교회 안에서 자리하면서 한국 민족의 고유한 문화 유산을 계시의 빛으로 조명, 수용하고 신앙생활 전반에 걸쳐 토착화의 가능성을 탐구하여 적극 추진함으로써 민족문화창달과 인간다운 삶을 증진시키는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3) 200년 교회사를 회고하면서 온고지신의 지혜를 터득하고, 민족 복음화라는 목표를 위하여 현상을 분석, 검토하고 미래 지향적인 선교 대책을 수립하고자 한다.
▨ 의제선정기준과 토의내용
의제 선정의 원칙적 기준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준하여 모든 문제를 내성(Ad intra)과 대화(Ad extra)의 분야로 대별했다. 그리고 교회를 내성하되 그 구성원과 영성생활과 사목활동과 교회운영이라는 네 분야로 세분하고, 세상과의 대화는 선교와 사회라는 두 분야로 세분했다(아래 도표 참조).
▨ 진행 과정
사목회의 부위원장으로서 당시 실무를 총괄했던 정의채 신부는 사목회의의 진행과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첫째 단계: 사목회의 출발 및 의제 선정 과정(1980.11~1981.11)
80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200주년 기념 주교위원회를 구성, 12월 23일 간담회로부터 실질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81년 2월 의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전국적으로 의제를 수집, 총 313건의 의제 중 12개 의제를 춘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승인했다.
-둘째 단계: 의안 준비 과정(1981.12 ~1983.2)
주교위원회는 12월에 각 의안 담당자를 임명했고, 82년 1월에는 의안준비위원회가 구성돼 분과마다 10~15명의 전문위원이 위촉됐다. 각 분과마다 10~15회의 회의를 거쳐 의안 초안을 만들었고, 83년 3월 16~17일 제1차 교구 대표자 연수회에서 7개 의안, 6월 27~28일 제2차 연수회를 통해 나머지 의안이 발표됐다.
-셋째 단계: 교구 사목회의(1983.3~ 12)
제1차 교구 대표자 연수회를 시작으로, 각 교구별로 교구 사목회의를 시작했다. 교구별로 사목회의 위원회를 조직, 12개 의안 담당자와 전문위원 등을 임명, 교구 사목회의를 1년간 개최했다. 그 내용은 전국 사목회의 사무국에 보내져 의안에 반영됐다.
-넷째 단계: 전국 사목회의(1984.5~ 12)
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임석한 가운데 전국 사목회의가 개막됐고 11월 30일~12월 1일에는 전국사목회의가 속개돼 그 동안 정리된 의안의 찬반 의견을 물었다. 각 교구와 수도단체, 평신도 단체 등에 의해 심의된 의안에 대한 의견 등은 각종 회의를 거쳐 수렴돼 의안이 작성됐다.
작성된 의안에 대해 투표, 각 의안마다 90% 이상의 찬성이 있었고 그 결과가 정리돼 주교회의에 회부됐다.
-다섯번째 단계: 폐막(1984.11.30~ 12.1)
주교단과 전국 사목회의에 참석한 대의원들과 각종 위원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목회의 종결회의가 가톨릭대 의학부 강당에서 개최됐고 12월 1일에 폐막 장엄미사가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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