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집전하는 한국 103위 순교 성인 시성식이 거행됐다.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는 이날 박해의 칼날 아래에서도 용감하게 주님을 고백한 순교 성인들을 성인으로 선포하는 벅찬 감동을 모든 국민들과 함께 누렸다. 서울대교구는 정확히 20년 전인 1984년 5월 6일, 그날의 영광을 기억하면서 순교자의 넋이 어린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시성 20주년 기념 장엄미사를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와 사제단의 공동집전으로 거행했다.
■ 뜨거운 감동의 물결
미사가 시작되기 전, 한낮의 뜨거운 날씨로 몰려든 1만여명의 신자들은 얼굴이 벌겋게 익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오후 2시 행사가 시작되면서 대형 TV를 통해 전해진 시성식 당일의 감격스러운 모습을 보는 신자들의 가슴 속에는 오히려 작열하는 태양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감동이 일렁거렸다.
개막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방영된 시성식 장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03위 한국 순교성인을 성인으로 선포하는 대목에서 기념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알렐루야』, 『아멘』을 연호하면서 그날의 감동을 되살렸다.
■ “오, 쌍뚜스! 쌍뚜스!”
「오, 쌍뚜스! 쌍뚜스!」를 제목으로 마련된 20주년 기념 퍼포먼스는 103위 성인 탄생의 감격을 회상하면서, 오늘날 한국 교회 신자들이 순교 성인들의 정신을 본받기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하는 공연이었다.
김영걸(안드레아) 감독이 총 연출을 맡고 방송작가인 최홍준(파비아노)씨가 대본을 작성한 퍼포먼스에는 유은숙, 이호인, 김태훈씨 등이 출연했다. 퍼포먼스는 시성식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 방영된 후, 한복 차림의 출연진이 정하상 성인의 상재상서(上宰相書) 중에서 발췌한 내용과 김대건 성인의 옥중서한을 중심으로 선조들의 굳은 믿음과 삶을 전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 삶과 정신을 본받을 것을 당부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 “매일 작은 십자가 바치자”
이날 기념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순교 성인들을 본받아 누구든지 『주님을 따르려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매일매일의 힘든 일상 속에서도 희생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성의 환희를 다시 한 번 느끼는 듯 벅찬 목소리로 강론을 이어간 정대주교는 우리들이 겪는 고통들은 『순교자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우리가 이런 고통들을 견뎌낼 때 그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또 『오늘의 신앙대회를 통해서 매일의 조그만 십자가들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기쁘게 바치자』고 권고했다.
■ 국악미사로 시성 기쁨 더해
이날 기념미사는 우리 전통 가락의 미사곡으로 진행돼 성인 탄생의 기쁨을 더해주었다. 특히 순교자현양회 합창단은 수많은 공연으로 다져진 경륜과 실력, 그리고 순교 성인들에 대한 흠모의 정으로 미사곡과 특송 등을 훌륭하게 소화함으로써 이날 미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시성 20주년의 감격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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