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모든 생명체와 변화를 그대로 품어안는 산은 한없이 자비로운 하느님을 꼭 닮아있더군요』
연제식 신부(청주교구 귀농사목·57)는 30년도 훨씬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산수화를 그려왔다.
그의 작품 속 산은 꿈틀꿈틀 살아움직이는 듯 힘이 넘친다. 능선능선 이어지는 산과 장엄한 암벽, 푸른 소나무와 개울이 어우러진 실경산수화에서부터 산의 정기를 검고 굵은 붓선으로만 살린 반추상화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특히 연신부의 작품은 강렬한 붓터치와 선명하게 뿜어낸 먹물의 검은빛, 화려한 동양화물감의 색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연신부가 그림 그리는 과정은 흔히 말하는 붓칠이 아니다. 화폭은 두껍고 거친 닥종이다. 그 위에 먹과 색을 입히기 위해서는 온 힘을 붓끝에 실어 힘껏 내리쳐 형태를 뽑아낸다. 한두장 못그려 붓이 망가지고 털이 빠지지만 거친 붓끝은 그만의 독특하고 힘있는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
연신부는 이러한 그림을 밥 먹듯이, 노래하듯이 그린다. 특히 지난 99년 연풍성지 근처 은티마을에서 본격적인 귀농사목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농번기 외엔 거의 매일 창작활동에 나선다.
『그림은 내 삶의 자연스러운 흔적들이지요. 살다보면 밥도 먹고 말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다들 그러지 않습니까…』
삶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지만 연신부 개인 소장 작품은 거의 없다. 몇점씩 쌓일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내놓았기 때문. 북한돕기를 비롯해 장애아들을 위해, 시골본당 성당건립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고 있다. 그래서 연신부의 개인전 또한 대부분 자선전으로 펼쳐진다.
5월 12~18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는 연제식 신부 작품전이 열린다. 전시회 수익금은 전액 노인 수녀들의 쉼터인 「마더씨튼집」 건립기금으로 사용된다. 연신부가 지난 겨울과 올봄 내내 그려낸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문의=(02)727-2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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