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던져본다. 독자들 중, 삶이 언제나 자기 뜻에 어긋나기만 해왔다고 생각하고 계신 분은 없으신지, 세상은 너무도 잔인하고 혹독하여 온통 숨막히는 어둠일 뿐이라고 여기는 분은 안 계신지…. 혹시 그런 느낌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슬프고 고단한 운명을 탓하기 전에, 좀 더 자발적으로 자신의 한계와 결점, 의지와 진심을 합의시키지 못한 점을 성찰해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결코 좋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힘든 일이 일어났을까? 라는 질문은 타인과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했던 자기 실체를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던져질 때 비로소 긍정적 가치를 가진다. 이번 주에 살펴볼 잠언 19장은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비굴한 습관을 경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9장
살면서 만나게 되는 좌절과 실패는 결코 누구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한계와 결점 때문에 기인한다. 『인간의 미련함은 제 길을 망치고 그 마음은 도리어 주님께 화를 낸다』(3절). 모든 것을 타인과 하느님의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음과 비굴함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5절에는 「말」에 대한 주제가 다시 등장하는데, 거의 동일한 구절이 9절에도 발견된다. 특별히 이 부분은 「거짓말」을 강조하는데, 거짓말은 상대를 옭아맬 뿐 아니라 그 말을 유포시킨 자신을 포박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승자박인 셈이다.
11~12절은 관대함이 인간의 「식견」과 비례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허물을 묵과해주는 것은 상대를 위한 배려 같지만, 실제로는 용서하는 자에게 더 큰 영광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13~14절은 가정 구성원간의 문제가 거론되고, 이번에는 가장의 고통이 언급된다. 우둔한 아들, 투덜거리는 아내는 더 할 수 없는 재앙이고(13절), 『사려 깊은 아내는 주님께로부터 온다』(14절). 멋진 남편의 비결은 멋진 아내에 있는 것이다. 16절은 안전한 삶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언제 어디서고 안전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계명을 지키는 정직한 삶을 살아야하며,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운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 삶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이미 인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16절).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이루고 사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을 소망했기 때문이다(21절). 게으름에 대한 기발한 표현도 눈에 띈다. 『게으름뱅이는 제 손을 그릇 속에 넣고서, 제 입으로 가져가려고도 하지 않는다』(24절).
20장
1절은 술과 독주를 「의인화」 시킴으로써 과음을 경고한다. 3절은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기에, 싸움은 어리석은 자가 하는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지혜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누구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물을 끌어올리는 것이다(5절). 즉, 각자의 진실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인간은 누구나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모가 올바른 길을 걷고 덕을 쌓을 때, 이 덕의 공이 자손에게까지 미친다는 7절의 가르침은 지혜문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교훈이다(14,26도 참조). 10절에 등장하는 「두 개의 저울추와 됫박」은 물건을 살 때 그리고 물건을 팔 때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결국 속임과 사기는 「주님께 역겨움」이 됨을 명시한다(23절도 참조). 22절과 24절은 무엇을 하건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할 것을 권고한다. 특별히 악(원수)은 우리 자신이 갚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갚으시는 일이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22절의 『…하지 말아라』라는 금지령은, 복수나 보복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고통을 하느님께 맡기고 의탁하는 일만이 우리가 선택해야할 길임을 가르쳐준다. 마지막 30절은 고통에 대한 지혜문학적 신학을 잘 표현해 준다. 『깊은 상처는 내 악을 씻는 도구가 되고, 매질은 뱃속 깊은 곳을 씻는다』. 우리가 만나는 고통은 내가 무심히 저질러온 「악」을 씻는 고마운 도구이며, 뱃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죄를 씻는데 필요한 유익한 기회라는 것이다.
고통의 재해석
지혜문학이 제시하는 고통의 신학은, 우리 주변에 산재하고 있는 일상의 누추함과 불쾌감을 견디게 하는 능동적 가치이며 비결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시간을 살고있다 해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다면, 마음을 다해, 그리고 말없이도,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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